정부가 내년도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을 24조8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올해 10% 이상 삭감했던 예산을 1년 만에 다시 지난해 수준으로 복원시킨 것이다.
과학기술계에서는 늘어난 R&D 예산을 반기면서도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으로 연구의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5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확정됐다고 밝혔다. 배분조정안에 따르면 주요 R&D 예산은 24조8000억 원으로 대규모 삭감을 겪은 올해(21조9000억 원)보다 13.2%(2조9000억 원)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24조7000억 원)와 비교하면 1000억 원 늘어난 수준이다. 대통령실은 “내년도 총예산 증가율이 4% 선으로 예측되는 것을 감안하면 없는 재정 여력에도 최선을 다해 증액한 것”이라고 했다.
내년도 R&D 배분안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정부는 세계적으로 치열한 패권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3대 게임체인저 기술(AI반도체·양자·첨단바이오) 예산을 대폭 높였다. 세 분야에 투입되는 예산은 약 3조4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24.2%가 증가했다. 내년도 주요 R&D 전체 예산 가운데 약 14%를 투입하는 셈이다.
AI반도체-양자-바이오에 3조4000억 투입
내년 R&D 예산 복원 과학계 “예산 정책 손바닥 뒤집듯 이공계 학생 연구 지속성 떨어져”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류광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2030년 인공지능(AI) 반도체 3대 강국 실현을 목표로 차세대 범용 AI 및 AI 안전기술 등 첨단 AI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은 올해 8000억 원에서 내년도 1조1000억 원으로 약 36% 늘었다.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는 양자와 첨단바이오도 선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총 2조2700억 원을 투입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양자컴퓨터 개발 수준은 미국을 100점이라고 했을 때 2.3점에 불과하다.
올해 처음으로 생긴 혁신·도전형 연구개발(R&D)에는 1조 원의 예산이 배분됐다. 추격형 R&D에서 선도형 R&D로의 변화를 강조해 왔던 정부 기조에 따른 신생 연구 트랙이다. 혁신·도전형 R&D는 실패 가능성은 높지만 그만큼 혁신적인 ‘고위험-고수익’ 연구가 대상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대상 사업 선정을 이미 마친 상태다.
올해 대규모 예산 삭감 사태를 겪은 정부출연연구기관에는 내년에 2조1000억 원가량을 투입한다. 올해(1조8800억 원) 대비 11.8% 증액됐고, 2023년(2조400억 원)과 비교하면 600억 원 늘어나는 것이다.
박상욱 대통령과학기술수석비서관은 “내년도 주요 R&D 예산은 2023년도보다 조금 큰 수준이지만 내용상으로는 환골탈태에 가깝게 달라졌다”며 “복원이나 회복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예산 증액을 환영했지만 손바닥 뒤집듯 예산을 바꾸는 정부의 태도에 아쉬움을 표했다. 한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삭감한 예산을 1년 만에 도로 복원했다는 것은 올해 R&D 예산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꼴”이라며 “정부의 오락가락한 과기 정책은 이공계 학생들에게 우리나라가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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