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 아파트에 6팀 동시에 몰려, 가락동 아파트 호가는 하루 만에 1억 올라

  • 주간동아
  • 입력 2024년 6월 29일 10시 52분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에 인근 아파트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임경진 기자]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에 인근 아파트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임경진 기자]
“요즘 대치동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이 ‘1년 동안 팔 아파트를 한 달 동안 다 팔았다’고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매물이 10건도 안 나갔지만, 최근 한두 달 사이에만 10건 이상 거래가 이뤄졌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공인중개사 A 씨)

“지금 옥수동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보면 2~3개월만 더 있으면 전고점을 따라잡을 것 같다. 매입 문의가 1월부터 조금씩 늘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6개월 전에 비해서도 50%가량 늘었다.”(서울 성동구 옥수동 부동산공인중개사 B 씨)

“집값 전고점 90% 회복”

한강 이남에서 바라본 서울 용산구 아파트 단지. [박해윤 기자]
한강 이남에서 바라본 서울 용산구 아파트 단지. [박해윤 기자]
서울 부동산시장 바로미터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전고점을 회복하고 있다. 주간동아가 6월 20~21일 이들 6개 구(區) 주요 아파트 단지를 직접 찾아 부동산공인중개사 61명을 취재한 결과다. 상급지로의 이동 수요와 정책대출 확대, 금리인하 기대감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분위기는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6월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7980건으로, 반기 기준 2021년 상반기(2만5820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도 6월 셋째 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15% 상승해 13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강남 3구 중에서도 눈길이 쏠리는 곳은 고가 대단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초구 반포동이다. 이 지역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는 1월 3건이던 거래가 4월 11건, 5월 10건으로 늘어났다. 또 다른 핵심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는 2022년 4건이던 실거래 건수가 지난해 34건으로 급증했다. 금리인하 가능성과 신축 아파트 입주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분석이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6월 20일 “아무리 자금력이 있어도 30억 원 넘는 매물 대출은 버겁다. 증여 물건이 아닌 이상 거래에 금리가 큰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7월 분양 예정인 래미안 원펜타스에 대한 기대감도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풀리는 데 한몫했다”고 말했다.

거래량이 늘자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고 있다. 반포동의 공인중개사 서모 씨는 최근 매매 성사가 유력했던 아파트 계약 4건이 끝내 불발됐다고 전했다. 계약금 입금을 앞두고 집주인이 갑자기 1억 원을 더 부른 것이다. 36억 원에 팔리던 30평형대 아파트를 37억5000만 원으로 올리자 계약이 무산됐다. 반포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 최모 씨도 6월 초 매매계약을 1건 놓쳤다. 아크로리버파크 20평형대를 28억 원에 사려던 사람이 가격 상승에 놀라 매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매물 뺏길까 봐 시세보다 1억 원 더 올려주기도”

7월 분양 예정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윤채원 기자]
7월 분양 예정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윤채원 기자]
강남 지역은 아파트 매매가 활발해지면서 일부 단지의 경우 전고점을 회복하고 있다. 헬리오시티·잠실엘스를 비롯한 송파구 주요 단지 시세는 6월 들어 전고점에 근접했다. 헬리오시티 110㎡(공급면적)는 6월 1일 22억500만 원에 거래돼 전고점(23억8000만 원)의 90%에 도달했다. 송파구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이 1월부터 꾸준히 이어졌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잠실엘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C 씨는 “매입자들이 하루아침에 붙은 게 아니라, 1월부터 꾸준히 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 한 대단지 아파트 공인중개사는 “30평형 아파트가 지난해에 비해 5억~6억 원 올랐다”고 말했다. 인근 또 다른 공인중개사도 “매물을 내놓은 상태에서 (다른 매물이 팔릴 때마다) 1억 원씩 오른다”며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는 생각에 집주인들이 매물 가격을 계속 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 부동산시장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강남의 공인중개사 D 씨는 “내년 6월 이후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풀릴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다”며 “실제로 규제가 풀릴 경우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져 집값이 더 높아질 것이기에 지금 미리 사두자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부동산시장 신흥 강자로 꼽히는 마용성에서도 강남 3구 못지않은 회복세가 감지되고 있다. 6월 21일 찾아간 마포구 서강동의 공인중개사사무소 밀집 지역은 분주한 분위기였다. 이곳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매매 건수가 많이 늘었다”며 “지금 다른 공인중개사사무소도 집 보는 예약을 잡느라 난리”라고 말했다. 아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도 “마포가 전체적으로 핫한 분위기”라며 “문의 전화도 지난해에 비해 이번 달 2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마포는 새롭게 떠오르는 학군지로, 실거주 목적으로 이사 오는 젊은 부부가 많다. 갭투자 목적 거래도 적잖다. 아현동 아파트 단지 앞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올 연말 잔금을 치르기로 한 거래인데, 집을 사려는 사람이 골라놓은 매물을 뺏길까 봐 시세보다 1억 원을 더 얹어주기로 했다”며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조건”이라고 말했다. 인근 다른 공인중개사도 “매물이 소진되면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점차 올리는 것 같다”면서 “그럼에도 여전히 최고점에 비하면 가격이 낮기에 조급해진 매수자가 많다”고 전했다.

용산 부동산업계 관계자들도 한동안 하루 1건도 없던 매입 문의 전화가 6월에는 하루 3~4통씩 온다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의 공인중개사 조모 씨는 “급매 위주로 팔려 아직 반등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밀려 있던 집들이 나가서 숙제가 해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점핑 지역’인 용산의 특징도 거래 증가에 한몫했다고 입을 모았다. 용산은 서울 외곽에서 들어오고 강남으로 나가는 수요자가 맞물리는 이른바 점핑 지역이다. 은평구 등에서 기존 아파트를 팔고 용산으로 들어오는 수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조 씨는 “용산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50% 정도지만, 서울 외곽은 전세가격이 매매가에 근접한다. 그쪽 아파트가 팔리면 용산으로 이사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정책 대출로 용산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아 용산의 소형 아파트에 살림을 꾸리는 30대 부부도 종종 보인다”고 전했다.

“집주인들이 호가 자꾸 높여 일하기 어려울 정도”

정부의 각종 정책대출 확대가 거래 회복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성동구 센트라스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만난 40대 부부는 “인천 송도 아파트가 1년 만에 팔려 서울 아파트를 사려고 알아보고 있다”며 “경기도부터 서울까지 여러 공인중개사를 만나봤는데, 다들 신생아특례대출을 이번 아파트 가격 오름세의 불씨로 보더라”고 말했다. 성동구 옥수동의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최모 씨는 시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5월에는 주말만 되면 매물로 나온 집 앞에 매입자가 줄을 섰다. 공인중개사 3명이 데려온 매입 희망자 6팀이 동시에 몰리기도 했다. 매입 문의가 너무 쇄도하자 집 보여주는 게 힘들어진 집주인이 ‘집을 갭투자 말고 실거주가 목적인 사람에게만 보여주겠다’고 할 정도였다. 지금도 매입 문의가 꾸준하다.”

다만 6월 중순 들어 집값 상승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거래가 다소 줄어드는 모습도 보인다. 반포동의 공인중개사 양모 씨는 “원베일리 매물의 경우 넓은 평형 한두 개만 남고, 20평형대는 하나도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매도인 우세 현상에 일부 공인중개사는 매입자에게 집을 보지 말라고 권하기도 한다. “집 보는 횟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정도로 매도인에게 유리한 시기다. 매입자에게 아파트 구조를 알면 그냥 사라고 일러준다”(공인중개사 서모 씨)거나 “매물 하나가 여러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등록되다 보니 여기저기서 문의가 간다. 매물이 인기 많은 줄 알고 집주인은 가격을 더 올린다. 집을 보지 말라고 할 정도”(공인중개사 홍모 씨) 등의 얘기까지 나온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이 정도로 가격을 올리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상 현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호가 급등으로 거래가 무산되자 부동산시장에선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인다는 보도를 그만해달라”는 푸념까지 나온다. 송파구 가락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을 내놓았다가 하루 만에 호가를 1억 원 올린 사람이 있다”며 “지난주까지 시장에 나와 있던 매물의 30%는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거나 물건을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기사에 ‘매도자의 10%만 호가를 올렸다’고 해주면 안 되겠나. 지금도 집주인들이 호가를 자꾸 높여 공인중개사가 일하기 어려운데, 기사가 나가면 호가를 더 올리려 할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실거주 목적으로 헬리오시티 매입을 고려한다는 한 70대 남성은 “집주인이 33평형 호가를 23억5000만 원에 부르더라. 호가가 계속 올라 마음이 급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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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전혜빈 기자 heavin0121@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46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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