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부터 조리용까지 수요 증가
2026년엔 휴머노이드로 확대
초기 부담 적고 사후관리도 편리
로봇 시장 커지며 구독사업 늘듯
로봇을 정수기처럼 구독하는 시대가 열렸다. 상점이나 식당의 배송·서빙 로봇부터 주방 조리 로봇까지 구독 서비스가 확장되고 있다. 내년엔 사족보행 로봇, 내후년이면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구독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을 구매하려면 수천만 원에서 수백억 원의 초기 비용이 드는 데다 운영 관리도 부담이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초기 비용과 유지 부담을 덜 수 있다.
● 서빙부터 튀김까지 로봇 구독 시대
1일 LG전자는 이달부터 로봇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소매상점, 호텔, 병원, 식당 등에서 월 66만 원에 LG전자의 배송·서빙 로봇 ‘클로이 서브봇’을 구독할 수 있다. LG전자는 6개월마다 제품 상태 점검, 로봇 휠 동작 및 외관 파손 점검, 외관 클리닝 등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클로이 서브봇을 구매하려면 한 대당 약 2000만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사내벤처가 개발한 튀김 조리 로봇 ‘튀봇’ 구독 서비스도 시작한다. 월 구독료는 140만 원이다. 튀봇은 반죽된 재료를 기계에 올리면 로봇이 자동으로 트레이를 움직이며 조리한다. 현재 BHC, 부어치킨 등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튀봇을 도입했다.
스타트업 비욘드허니컴은 사람이 다루기 어려운 고온의 강한 화력에서 일정하게 고기를 구울 수 있는 로봇 ‘그릴X’의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조리 로봇 구독 서비스는 사전 입력한 레시피를 기반으로 일정한 맛을 낼 수 있고 조리 과정에서 기름이 튀는 등의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내후년엔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구독
정보기술(IT) 기업들도 강점인 소프트웨어(SW)를 앞세워 로봇 구독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물류창고 로봇 구독 사업 ‘RaaS’를 운영 중인 LG CNS는 내년 중 사족 보행 로봇을, 2026년엔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개별 기업이 물류 자동화 로봇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많게는 수백억 원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필요한 만큼 로봇을 빌려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는 식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2018년부터 자율주행 서빙로봇을 운영 중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서빙로봇 사업 전담 자회사 비로보틱스를 분사시켰다. 비로보틱스는 월 29만9000원부터 시작하는 요금제로 ‘배민로봇S’의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배민로봇S의 가격은 한 대당 1400만 원이다. 비로보틱스는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하고 만기 시 소유를 결정하는 유예형 △계약 종료 후 로봇을 소유할 수 있는 소유형 △일정 기간 후 로봇을 반납하는 반납형으로 상품 종류를 세분했다. 비로보틱스가 현재 공급한 서빙로봇 3100대 가운데 약 95%가 구독 형태다.
로봇 산업과 구독 서비스가 결합되는 것은 가격, 사후 관리 등에서 공급자와 수요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서비스용·산업용 로봇의 가격은 수천만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 부담이 크다. 로봇 관리 소프트웨어나 점검 등 로봇을 도입한 뒤 관리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초기 비용을 줄이고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받을 수 있다. 공급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확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로봇 시장이 성장하며 로봇 구독 사업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서비스 로봇 시장은 2022년 기준 약 1조 원 규모로, 전년 대비 10%가량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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