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원정성형 후 코인 탈세…국세청 역외탈세 세무조사 착수

  • 뉴시스
  • 입력 2024년 7월 2일 15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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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세탁·가상자산 등 신종 탈세 조사
국적세탁 후 '검은 머리 외국인' 재입국 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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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에서 성형외과를 영위하는 A씨는 동남아 소재 현지 병원에서 원정진료하며 받은 대가를 가상자산으로 수취했다. A씨는 수취한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에서 매각하고 외국인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ATM을 통해 수백회에 걸쳐 현금을 인출한 후, 다른 ATM을 통해 본인 명의 계좌로 다시 수백회에 걸쳐 현금을 입금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했다. 원장 A씨는 본인이 지배하는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용역을 제공 받고 적정 수수료를 초과해 과다 지급하는 방식으로 소득세를 탈루했다. 국세청은 가상자산으로 수취한 원정진료 대가 수십억원과 수수료 과다지급분 수십억원에 대해 소득세를 과세했다.

#2. 국내 거주자 B씨는 해외에서 미신고 사업으로 얻은 소득을 신고 누락한 후 해당 자금을 해외 비밀계좌에 은닉했다. B씨는 해외 이주 의사 없이 국내에 계속 거주하며 사업활동을 영위할 예정임에도, ‘황금비자’로 외국 국적을 사실상 매입하며 국적을 변경했다. 잠시 외국에 머무른 후 주민등록번호, 한국 여권을 버리고 이름을 바꾼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입국하면서 은닉자금 일부를 투자 명목으로 국내 반입해 호화 저택을 구입했다. 국세청은 신고 누락한 B씨의 해외 탈루소득 수백억원에 대해 소득세를 과세하고 자금 일부를 받은 동거인에게는 증여세를 부과했다. 해외 은닉 자금을 추적해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미이행 과태료도 부과했다.

국세청은 국적세탁·가상자산 등 신종 탈세수법을 통해 해외수익을 은닉한 업체를 비롯해 해외 원정진료 소득 탈루, 국내 핵심자산 무상 이전 등 역외탈세 혐의자 총 41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2일 밝혔다.

세무조사 대상자 유형은 ▲국적을 바꾸거나 법인 명의를 위장한 신분세탁 탈세자 11명 ▲용역대가로 가상자산을 받으며 수익을 은닉한 코인개발업체 9명 ▲해외 원정진료·현지법인을 이용한 엔데믹 호황이익 탈세 13명 ▲국내에서 키운 알짜자산을 국외로 무상이전한 다국적기업 8명이다.

신분세탁 탈세자는 미신고 해외 수익에 대한 국세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름·주민등록 등 흔적을 지우고 외국인으로 국적을 세탁한 경우다.

이들은 국적 변경으로 해외 자산 및 계좌의 소유주가 외국인 명의로 바뀌는 경우 국세청이 국가 간 정보교환 등을 통해 해외 자산 및 수익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을 교묘히 악용했다.

이 중 일부 혐의자는 ‘황금비자’를 이용해 조세회피처의 국적을 취득한 후 국내 재입국해 숨겨둔 재산으로 호화생활을 영위했다. 황금비자는 일정 금액 이상을 현지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시민권을 주는 제도를 의미한다. 중남미 국가 다수에서 이 같은 제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국내 법인이 직접 해외 고객과 거래하는 등 사업활동의 중요한 부분을 관리하지만 외관상 특수관계자 및 외국 법인 명의로 계약하면서 국내로 귀속될 소득을 해외에 은닉한 혐의가 확인됐다.

사주 자녀 소유의 현지법인이나 전직 임원 명의의 위장계열사 등을 내세우거나 거래 중간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이익을 분여했으며 일부 업체는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중계무역을 하면서 비용만 신고하고 자기 매출은 모두 숨겨 국내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거래관계를 추적하기 어려운 해외 가상자산의 특성을 이용해 용역대가 등을 가상자산으로 받고 수익을 은닉한 코인개발업체가 다수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는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가상자산을 발행(ICO)하고 수익을 은닉한 업체와 해외에 기술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가상자산으로 받으면서 매출을 누락한 업체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매출을 누락한 것에 그치지 않고 추후 해당 가상자산을 판매하여 얻은 차익까지 이중으로 은닉했으며 일부 업체의 사주는 가상자산, 역외펀드로만 재산을 축적하고 부동산 등 국내 자산은 매입하지 않으면서 과세당국의 눈을 피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성형외과·피부과 등 국내 병·의원을 찾는 외국인이 다시 증가하는 가운데, 일부 4~5명의 의사들이 동남아시아 등 현지에서 원정진료 수익을 은닉한 혐의가 확인됐다.

해외 원정진료를 현지병원 세미나 등으로 가장해 관련 매출의 일부 또는 전체를 누락했고 일부 혐의자는 해외 원정진료 대가를 법정통화 대신 추적이 어려운 가상자산으로 수취한 후 차명계좌를 통해 국내 반입했다.

해외 현지 브로커에게 환자 유치 수수료를 허위·과다 지급하고 차액을 개인 계좌를 통해 돌려받은 혐의가 적발됐다.

자동차 등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시장 수요가 확대된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소재·부품 업체 일부가 사주 일가 이익 분여 등의 목적으로 해외현지법인에 법인자금을 유출했다.

자본 잠식된 현지법인에 투자 명목으로 거액을 대여한 후 출자 전환으로 채권을 포기하거나 허위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과세당국의 현지확인이 어려운 점을 이용해 법인자금을 빼돌렸다.

일부 업체는 해외거래처로부터 받은 수출대금 전체를 사주가 해외에서 가로채 자녀 해외체류비 등 사적인 목적으로 유용했다.

다국적기업이 국내 인적 자원과 인프라, 시장 수요 등을 바탕으로 성장한 국내 자회사의 핵심자산 등을 국외특수관계자 등에게 매각·이전시키면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 무상 또는 저가로 이전된 핵심자산은 기술, 특허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 배포권, 영업권 등의 권리부터 고객 정보, 노하우까지 포함되었고 심지어 국내 사업부 전체를 국외로 옮기기도 했다.

국내 자회사 중 일부는 국내 제조·판매 기능을 국외관계사에 대가 없이 이전했고 그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한 해고비용 등을 모회사로부터 제대로 보전받지 못했다. 이들은 경제위기 극복에 사용돼야 할 재원을 국외로 유출했다.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세청은 그동안 역외탈세자에 대해 적극 대응해 왔음에도 세법 전문가의 조력과 가상자산 등의 등장으로 역외탈세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다”며 “국적세탁을 통해 외국인으로 둔갑하거나 가상자산을 유용하여 해외 소득을 빼돌리는 등 다양한 형태의 역외탈세 행위가 적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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