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NOW]
매일 운동 즐기는 인구 늘어나… 근력·체력 키우려는 목적 많아
클라이밍·풋살 등 장르도 다양… 패션·주택·식품 등 여러 곳 영향
회사원 김모 씨는 일주일에 두 번,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으로 퇴근한다. 올해 5월, 여의나루역이 달리기에 진심인 사람들을 위한 ‘러너스테이션’으로 대변신했기 때문이다. 입구 탈의실에서 간단히 옷을 갈아입고 2번 출구로 나가면 한강공원까지 달리는 길이 이어진다. 날씨 상황을 알려주는 미디어보드, 신체 상태를 측정해 주는 인바디 기계, 완주한 기쁨을 나누는 포토존 등 편의시설도 즐거움을 더한다. 캠프에 설치된 신발 살균기에 운동화를 넣고 소독하는 동안 전시되어 있는 신상 러닝화를 신어 보기도 하고, ‘런플(RUNPLE)’ 앱으로 각종 대회와 코칭수업을 신청하기도 한다.
운동이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스스로 정해 놓은 하루 운동량을 제대로 소화했다는 의미의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은 여전히 소셜미디어(SNS)의 최고 인기 해시태그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매일 운동을 즐기는, 그야말로 ‘대운동 시대’가 도래했다.
요즘 운동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첫째, 운동 빈도가 증가했다. 매일 밥 먹고, 일하고, 공부하는 것처럼 운동도 매일 하는 당연한 활동이 됐다. 적어도 하루에 30분 이상 달리거나,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헬스와 필라테스를 하는 등 운동을 생활화하면서 운동과 일상을 더 이상 구분하지 않는다. 체력이 필요한 어른들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건강한 젊은 세대도 매일 운동을 즐긴다.
둘째, 운동 목적이 변했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운동을 하는 목적이 변했다. 과거엔 운동은 정말로 좋아서 하는 취미활동이거나 혹은 다이어트가 목적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운동으로 ‘근력’과 ‘체력’을 키우겠다는 사람이 늘었다. ‘근육량이 많을수록 건강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근력과 체력이 거의 유의어로 통용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요즘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이상적인 몸매 상도 변화한다. 과거엔 여리고 날씬한 몸매를 선망했다면, 요즘은 아무리 말라도 작은 복근쯤은 보여야 멋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운동 종목이 다양해졌다. 올해 4월 한화손해보험이 생활변화관측소와 함께 발표한 온라인 버즈분석 결과에 따르면 ‘홈트레이닝’ ‘줄넘기’ ‘자전거타기’ 같은 유산소운동, ‘발레’ ‘요가’처럼 몸매관리형 운동에 대한 언급량이 점차 줄고 있다. 반면 ‘클라이밍’ ‘풋살’ 등 장르가 확실한 운동의 언급 빈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정 운동이 시장을 휩쓸기보다는 골프·테니스·스키·등산·러닝 등 다양한 장르가 공존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소비자 역시 여름엔 골프, 겨울엔 스키처럼 계절별로 즐기는 종목을 바꿔 가며 운동에 대한 흥미를 지속한다.
이런 변화는 소비재 시장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영역이 바로 패션 시장이다. 등산복에서 파생된 ‘고프코어룩’, 축구 유니폼을 닮은 ‘블록코어룩’, 발레를 모티브로 한 ‘발레코어룩’ 등 스포츠웨어를 일상복으로 스타일링하는 패션 트렌드가 여전히 인기다.
한동안 자유분방한 스트리트 스타일에 집중하던 럭셔리 브랜드도 요즘은 실용성을 겸비한 ‘스포츠’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등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에서 최근 들어 가을·겨울(F/W) 스키 컬렉션에 힘을 주고 있다. 발렌시아가는 요가복, 러닝복 같은 ‘액티브웨어’ 라인업을 새롭게 추가하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패션 시장뿐만이 아니다. 식품 시장에서는 운동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근테크(근육+재테크)’를 돕는 단백질 식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심지어 주거 시장까지 영향을 받는다. 가볍게 등산할 작은 산이 있는 ‘숲세권’,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는 대형 공원이 가까이 있는 ‘공세권’이 좋은 주거지로 부상하고 있다. 여행업도 마찬가지다. 낯선 여행지에서 달리기를 즐기는 ‘런트립(RUN TRIP)’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도 등장했다.
운동이 일상이고, 일상이 곧 운동인 시대다. 운동으로 나를 표현하는 사람들은 불황에도 개의치 않고 지갑을 연다. 세대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키워드, ‘운동’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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