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난 ‘구원투수’, 매입임대주택[기고/이한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3일 03시 00분


이한준 LH사장
이한준 LH사장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에서도 모두가 아파트에 살지는 않는다. 지난 10여 년간 전세 거래 총액의 24∼26%는 아파트가 아니라 흔히 빌라라고 일컫는 연립 및 다가구주택 등이었다. 빌라는 청년과 신혼부부가 도심에서 첫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시장이 거의 마비됐다. 민간 부문 착공이 급감해 더욱 위축된 빌라 공급은 지난해 신규 인허가 중 12%였고, 전세 거래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년 만에 처음으로 20%를 밑돌았다. 빌라 수요자와 공급자인 소규모 건설사 모두 곤란을 겪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수요가 아파트로 쏠리자 전월세 가격이 상승해 서민 주거도 불안정해지고 있다.

전세사기에 따른 공급 부족 해결책의 하나는 공공 부문이 빌라 신규 물량을 확보해 임대로 내놓는 매입임대주택에서 찾을 수 있다. 빌라는 1, 2년 내 준공할 수 있어 아파트 공급보다 빠르고 수요에 맞춰 구조, 평면, 마감재 구성이 가능하다. 전세사기에서 안전해 빌라 시장 신뢰 회복의 토대가 될 수 있다. 단, 매입임대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수요가 많은 수도권 중심으로 적정 공급을 해야 한다. 수요가 부족한 외곽 주택을 매입한다면 공실 우려가 높고 효과도 미미하다. 수요가 확보된 곳에서 매도자, 매수자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적정 가격으로 매입해야 한다. LH는 지난해부터 감정평가 가격을 토대로 감정평가사협회 심사 및 원가법에 따른 이중 검토를 하고 있다.

둘째, 입주자 눈높이에 맞게 주택 품질을 높여야 한다. 초창기 매입한, 지은 지 오래된 주택에서 문제가 나타나 최근 신축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설계부터 공공이 참여하고 시공(施工) 점검을 할 수 있어 품질 확보가 쉬우며, 무엇보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형태로 공급할 수 있다. 매입 기준은 품질 구현이 가능한지에 초점을 맞춘다.

셋째, 2년 내 신속하게 공급해야 한다. 특히 신축 매입의 경우 공공이 민간의 설계 및 인허가 등을 지원해 준공 기간을 최소 6개월 이상 단축해야 한다. 소규모 건설사의 주택 설계를 지원하고, 약정 후 신속한 인허가와 착공을 돕기 위해 LH는 수도권매입확대전략TF를 신설했다.

아파트만으로 서민 주거 안정을 이끌어 낼 수는 없다. 소비자가 각자 사정에 맞게 주거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택을 제공해야 한다. 양질의 매입임대주택을 빠르게 공급해 시장 교란과 주택 공급 부족을 해소하려면 공공과 시민사회가 함께 힘써야 할 것이다.

#전월세난#매입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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