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이스피싱 번호 즉각 차단’ KT 이달중 서비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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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과 ‘서킷브레이커’ 협력
경찰 요청에 ‘실시간 차단’ 가능해져
하루 걸리던 번호정지 추가 피해 예방
통신3사, AI기술로 스팸차단 등 총력


KT가 보이스피싱 범죄자의 전화 발신을 즉각 차단하는 시스템을 이번 달 도입한다. 최근 관련 범죄가 급증하면서 통신사들이 경찰 등과 협력해 관련 피해를 막기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가 서울경찰청과 협력해 도입을 추진 중인 ‘서킷브레이커’(가칭)는 보이스피싱 범죄자의 전화 발신 및 피해자의 수신을 즉각적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범죄자의 통신사가 KT일 경우 해당 번호를 이용한 전화 발신은 정지된다. 범죄자가 다른 통신사를 사용하더라도 KT 가입자는 해당 번호로 온 전화 수신이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된 번호를 정지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하루 이상이 소요됐다. 경찰이 통신사에 공문이나 영장을 송부하고, 통신사가 이를 확인해 해당 번호를 정지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 행정절차 과정에서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었다.

새로 개발되는 시스템은 해당 번호의 발신과 수신만 긴급하게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번호정지 절차가 하루 이상 소요된 것과 비교해 경찰의 요청에 따라 즉시 차단이 가능하다.

KT와 경찰은 최대 일주일까지 차단하는 것으로 논의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약관 개정 등을 거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청하면 이번 달 중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경찰과 KT가 실시간으로 (범죄 번호를 공유할 수 있는) 공동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 절차를 단순화시키는 방법 외에도, 각 통신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보이스피싱이나 스팸 문자에 대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3일 과기정통부, 금융감독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은 AI·데이터 기반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 협약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신고로 금감원이 수집한 통화 데이터를 통신사 등 민간 기업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가장 먼저 SK텔레콤에 데이터를 제공할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이 데이터로 보이스피싱을 예방하는 AI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정부가 제공한 통화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고, 실제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 오면 AI가 이를 인지해 곧바로 가족이나 본인에게 ‘보이스피싱 의심’ 알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재 KT와 LG유플러스도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데이터 제공 등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KT는 자체 AI 언어모델 ‘믿음’을 경량화해 스팸문자 필터링에 도입하고 있다. 각종 광고성 문자들이 정상 문자인지, 스팸 문자인지를 AI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대형 모델로 200ms(밀리초·1ms는 1000분의 1초)가 걸리던 판단 시간을 소형 모델을 통해 35ms까지 단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스팸문자 내 인터넷주소(URL)의 서버 IP를 추적해 해당 IP에서 발송하는 모든 문자를 차단하는 기술을 지난해 9월 도입했다. 이번 달 1일에는 피싱, 해킹, 스미싱 등 금융범죄에 따른 고객 피해 발생 시 1인당 최대 300만 원을 보상해주는 서비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보이스피싱 번호#즉각 차단#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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