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 거절 후 실거주 기간 못 채우면 손해배상책임 [부동산 빨간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4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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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오승준 산업2부 기자
오승준 산업2부 기자
2020년 7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된 지 4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당시 전세계약을 처음 체결한 세입자의 전세 계약 기간(최초 계약 2년+갱신 계약 2년)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죠. 벌써부터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들 만기 물량이 전세가격 상승세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도입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임대차법에 대해 헷갈리는 점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 부동산 빨간펜에서는 전세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개정 임대차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Q. 임대차 3법이라고도 하고 임대차 2법이라고도 하는데 어느 쪽이 맞는 건가요?

“임대차 3법은 2020년 7월 국회를 통과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와 전월세신고제를 통칭하는 표현입니다. 임대차2법은 이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만을 포함합니다. 임대차2법은 2020년 7월 국회 통과 후 다음날 곧바로 시행된 반면, 전월세신고제는 1년 유예 기간을 가졌습니다. 이후 2021년 6월부터 시행됐지만 1년간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습니다. 이후 계도기간이 세 차례 더 연장돼 내년 5월까지 늘어나 있는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임대차법 관련 조항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죠.”

Q. 세입자는 언제부터 계약갱신요구를 할 수 있나요?

“세입자는 전월세 계약의 임대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특히 ‘1개월 전’의 경우 계약의 첫째 날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1개월 전’에 해당하는 날의 0시 전까지를 의미합니다. 예컨대 8월 30일에 만료되는 임대차 계약은 7월 30일 0시(7월 29일 24시) 전까지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주요 내용
구분
내용
계약갱신요구권
전세 계약 2년이 끝난 뒤 세입자가 갱신 계약(2년)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전월세상한제
갱신 계약 때 직전 임대료 대비 5%만 인상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전월세신고제
전월세 계약 때 계약 내용을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한 제도(2025년 5월까지 계도 기간)


Q. 계약갱신청구권은 어떻게 행사할 수 있나요?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에는 정해진 양식이 없습니다. 구두, 문자메시지 등 다양한 방법 모두 가능합니다. 다만 내용증명 등 증거를 남길 수 있는 방법이 향후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으로 여겨집니다.

또 ‘묵시적 갱신’으로 계약이 갱신된 경우 계약갱신 청구로 보지 않습니다. 묵시적 갱신은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계약갱신 관련 의사표현이 없는 경우 자동으로 임대차계약이 갱신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묵시적 갱신을 한번 한 뒤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한다면 6년(2+2+2년) 거주도 가능하다는 뜻이죠.“

Q.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청구하면 집주인은 무조건 받아들여야하나요?

“세입자가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도 규정돼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집주인 본인이 해당 집에 실거주하기 위해 거절하는 경우입니다. 집주인 본인 외에도 직계존비속이 실거주하는 경우에도 갱신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또 세입자가 월세 2개월 치를 연체하는 경우도 갱신 거절 사유 중 하나입니다. 두 달분 월세를 연속으로 연체한 것뿐만 아니라, 계약 기간 내 총 두 달 연체한 경우 모두 갱신 거절이 가능합니다. 이밖에도 세입자가 주택을 파손한 경우, 집주인 동의 없이 타인에게 주택의 일부를 빌려준 경우, 허위 신분으로 계약하거나 주택을 불법영업장 등 불법적인 목적으로 활용한 경우 모두 갱신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Q.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며 계약갱신을 거절했습니다. 갱신계약을 했다면 세입자가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은 2년인데요, 이 기간이 지나기 전에 집주인이 다른 세입자를 찾아 임대를 할 수 있나요?

“집주인이 실거주 기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다시 임대를 한다면 원칙적으로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합니다. 손해배상액은 갱신 거절 당시 월 임대료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 등을 토대로 산출됩니다. 다만 실거주하던 직계존비속이 갑자기 사망하거나, 실거주 중 해외 주재원으로 발령난 경우 등 불가피한 사유 발생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고 공실로 두는 경우도 ‘허위 갱신거절’로 봅니다. 이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 위반에 따른 일반불법행위 책임을 지는 반면, 제3자에게 임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책임은 없습니다. 세입자는 전입세대 또는 확정일자 열람 등을 통해 집주인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임대차 2법이 폐지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정말 폐지될 가능성도 있나요?

“5월에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나서서 임대차2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박 장관은 ‘임대차법 때문에 신규 매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인데, 임대차 2법은 원상복구가 맞는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2022년 3월 ‘임대차 3법 폐지부터 대상을 축소할 것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상태’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만 임대차 2법을 폐지하려면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데요.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 임대차 2법 유지를 내걸기도 했습니다. 2월에는 헌법재판소에서 임대차 2법에 대한 합헌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죠. 헌재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라는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임차인의 주거이동률을 낮추고 차임 상승을 제한함으로써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여소야대인 현재 국회 상황에서 정부의 의지가 있더라도 폐지 논의가 수월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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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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