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맨’ 이번엔 모녀 측에…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재점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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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형제 손 들어준 ‘키맨’ 신동국,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에 합류
모녀 측, 우호지분 합쳐 48% 확보… 형제 측 “공시전 통보없어” 반발
경영권 분쟁에 주가 한때 13% 급등

한미약품그룹의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됐다. 앞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장의 손을 들어줬던 ‘키맨’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 측으로 합류하면서다. 송 회장 측 모녀 동맹은 올해 3월 말 뺏겼던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다시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임 씨 형제는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한미家 분쟁 재점화… 모녀, 우호 지분 48% 확보

4일 법조계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6.5%(444만4187주)를 사들이기로 한 데 이어, 세 사람이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을 체결했다. 송 회장 측은 48.19%의 지분을 확보해 임 씨 형제 측 우호 지분(29.07%)을 크게 앞서게 됐다.

송 회장 측은 임시 주주총회을 열어 신 회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임 씨 형제 측 인사 5명, 송 회장 측 인사 5명으로, 양측의 이사 수가 같아진다. 하지만 한미사이언스의 자회사이자 그룹의 핵심인 한미약품 이사회를 송 회장 측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실질 경영권은 송 회장 측이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 회장은 이번 거래로 1500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해 남은 1000억 원대의 잔여 상속세를 납부할 예정이다. 임 부회장도 200억 원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기 때문에 상속세 납부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 ‘키맨’ 신동국 “전문 경영인 선임해 경영 정상화”

신 회장은 송 회장 모녀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회사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게 됐다. 이사회 진입을 통해 회사 경영에도 관여하기로 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창업자인 고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이자 고교 동창으로 각별한 인연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회사 창업 이후부터 꾸준히 사모은 주식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천억 원대의 자산가가 됐다.

신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회사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회사 가치를 높이겠다”며 “전문경영인을 선임해 회사가 정상적인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임 씨 형제가 주총 전에 약속했던 투자 유치 등이 이뤄지지 않자 송 회장 측에 합류하기로 결심했다. 주총 이후 임 씨 형제가 회사 경영 과정에서 신 회장을 소외시킨 것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임 씨 형제와 주총 이후) 교류가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IB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송 회장 측 손을 잡은 배경에 지분 가치 상승이라는 목적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공동 의결권 행사 계약을 체결하면서 신 회장은 송 회장 측으로부터 우선매수권과 동반매각참여권을 얻어냈다. 지분 매각 시 서로의 지분을 우선해서 사주거나, 매각할 때 같이 파는 권리를 확보한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를 통해 신 회장의 지분도 경영권 지분으로 사실상 인정받은 셈”이라며 “경영권 지분은 통상 주가보다 30% 이상 높게 거래된다”고 말했다.

임 씨 형제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분 거래 공시 전에 이사진인 자신들에게 통보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있는지 법적 검토를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임 이사는 “귀국 일정을 앞당겨 신 회장을 만나겠다”고 전했다.

한편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면서 주가가 한때 13%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이날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전날 대비 6.58% 오른 3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한미약품#한미약품그룹#경영권 분장#한미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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