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마저 청년 비중 줄어든다]
세계 기업 곳곳서 영화 ‘인턴’ 현실화
美월마트, 은퇴자에 고객응대 맡겨
프리랜서로 재고용 英기업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저출산, 고령화 인구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기업 내 20대 청년층의 비중이 줄어드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고참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거나,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리는 방안을 짜내고 있다. 은퇴한 70세 시니어 벤이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취직해 경륜을 발휘하는 내용을 담은 2015년 개봉 영화 ‘인턴’(사진)이 세계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약 30%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 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법적 정년인 60세가 넘은 직원들에 대해서도 현직과 동일한 처우로 재고용하거나 아예 정년을 연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 최대 기업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8월부터 퇴직하는 65세를 재고용해 70세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법적 정년 이후에도 10년을 더 일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투자 대상이 내연기관차, 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등으로 다양해지며 숙련 기술직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한 고령 직원 지키기에 적극 나선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그룹 계열사 인증 부정과 품질 문제가 연이어 나온 상황에서 기능을 전수하기 위해 시니어 사원이 활약할 곳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분야에서도 시니어 직원들의 노하우는 환영받고 있다. 일본 가전제품 양판점 노지마의 경우 2021년부터 고용 연령 상한을 폐지해 70대뿐만 아니라 80대 직원들도 다수 근무하고 있다. 노지마 측은 이와 관련해 “판매와 점포 개발, 본사 업무 등 시니어 직원이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활약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는 전문 노하우를 가진 시니어 인력의 퇴사를 우려해 2019년 ‘유워크(U-Work)’라는 인재 활용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자사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특정해 단기 업무를 맡기는 제도로,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하지만 급여와 복리후생을 보장하는 게 특징이다.
미국 월마트도 고령 인력을 재교육해 일대일 쇼핑 응대 서비스인 ‘퍼스널 쇼퍼’에 배치하는 등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의약생필품 유통기업 CVS는 소비자가 의약품을 선택할 때 연장자의 조언을 더 신뢰한다는 자체 조사에 따라 50세 이상 직원들을 상담원으로 전면 배치하며 주목받았다.
고령층 일자리 확대는 은퇴 시기를 늦추는 효과를 내며 사회적으로도 소득세 세수 확대, 소득 불평등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연구위원은 “고령 인력의 신체적 제약을 보완하기 위해 중노동, 반복작업 등 작업 공정에 협업 로봇을 활용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직무 수행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기업들이 고령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용 조건, 근무 형태, 임금 체계 등에서 유연성을 확보해 근로자와 고용주 모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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