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마저 청년 비중 줄어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5일 03시 00분


[4대 그룹마저 청년 비중 줄어든다]
삼성전자 작년 20대이하 직원 27%
SK하이닉스-현대차도 30% 안돼
“청년 채용할 신사업 투자 유도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는 모습. 2024.1.8. 뉴스1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는 모습. 2024.1.8. 뉴스1

지난해 삼성전자 임직원 중 ‘20대 이하’ 비중이 처음으로 30%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4대 그룹의 대표 기업에서 20대 이하 직원 비중은 모두 30%를 밑돌았다. 저출산, 고령화 영향으로 인구구조가 변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이 둔화되며 채용 구조가 바뀐 영향으로 분석된다.

4일 동아일보가 삼성전자가 공시한 2008∼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6만7860명의 삼성전자 국내외 임직원 중 20대 이하는 7만2525명(27.1%)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가 임직원 연령대를 첫 공시한 2008년 국내외 임직원(16만1700명) 중 20대 이하 임직원은 9만6333명(59.6%)에 달했는데, 15년 만에 그 비율이 반 토막 난 것이다.

삼성전자 외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전자도 20대 이하 직원 비중이 모두 30%를 밑돌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LG전자는 2014년 처음 20대 이하 직원 비중이 30% 밑으로 하락했다. 현대자동차는 2022년 국내 임직원 중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허리 역할을 하는 30∼49세 비중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중위연령이 2008년 36.7세에서 올해 46.1세로 올라간 인구구조 변화가 반영된 영향이 크다. 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과거 대규모 공채 위주에서 경력 위주로 바뀌고, 신입사원을 대거 뽑는 신사업이 정체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한 번 채용하면 해고하기는 어려운 환경에서 직무에 필요한 인력 소수만 채용하는 방식이 대기업 채용의 주류가 되고 있다”며 “첫 취업 연령이 올라가면서 기업 내 20대 비중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신사업에 투자하면 청년을 포함한 대규모 신규 채용이 뒤따르기 마련”이라며 “정부는 기업이 신사업에 적극 투자할 수 있는 유인을 마련하고 규제를 없애는 등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기업직원 ‘40, 50대>20대’ 역전… 신사업 정체, 경제활력 떨어져


삼성전자 20대 27%, 40대이상 30%
LG전자-하이닉스 등도 고령화 뚜렷
“투자여건 개선해 신규채용 늘리고
고령직원 재교육, 생산성 높여야”

지난해 삼성전자 임직원 중 ‘40대 이상’의 비중이 ‘20대 이하’ 비중을 처음 넘어섰다. 20대 이하 비중이 30% 아래로 내려오고, 40대 이상 비중은 30%를 초과하면서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4일 동아일보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4대 그룹 내 대표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기업별로 공시하는 직원들의 연령별 기준, 해외 사업장 포함 여부 등에 일부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40대 이상 내지 50대 이상 직원의 비중은 증가했고 20대 이하 직원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기업들이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소극적이어서 대규모 신입사원 채용이 뜸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삼성전자 처음 40대 이상 > 20대 이하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국내외 임직원 26만7860명 중 20대 이하는 7만2525명(27.1%), 40대 이상은 8만1461명(30.4%)으로 나타났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직원들의 연령을 처음 공시한 2008년에는 20대 이하 직원 비중이 59.6%, 40대 이상 비중이 10.2%였으나 수치가 역전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대 비중이 높은 해외 사업장 일부를 철수하거나 자동화를 확대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20대 이하 직원 비중은 2018년 33%에서 2022년 29.6%로 감소했다. 반면 50대 이상은 같은 기간 2.5%에서 6.4%로 높아졌다.

현대차에선 50대 이상 직원의 비중이 첫 공시연도인 2015년 34.1%에서 2022년 43.7%로 늘었다. LG전자의 경우 20대 이하 직원의 비중이 2011년 38.8%에서 지난해 18.4%로 줄어든 반면, 50대 이상 비중은 4.1%에서 14.5%로 증가했다.

● 경력 선호, 신사업 투자 정체 등 영향

4대 그룹의 대표 기업에서 20대 비중이 낮아지는 것은 인구통계학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데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며 기업들의 신사업 투자가 정체된 영향이 크다. 반도체, 모바일 기기 등에 대한 대규모 국내 투자가 활발하던 2000년대와 성숙기에 접어든 2020년대 직원들의 채용 방식과 구성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2019년 현대차를 시작으로 SK, LG, 롯데, KT 등 주요 그룹이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을 도입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공채는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는 방식과 비슷하다”며 “주력 사업이 성장 중이라면 그물을 던져 인원을 대규모로 뽑아 교육하고 배치하겠지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요소 요소에 역량을 갖춘 경력 인재를 뽑는 방식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 구조가 고도화되며 반도체 등의 산업에서 학사 출신보다 석·박사 출신을 선호하는 점도 연령 상승에 영향을 줬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 경험을 갖춘 직원을 선호하다 보니 근로자의 진입 지연이 발생하며 부담이 커졌고 첫 일자리의 근속연수도 짧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굵고 짧게’보다 ‘가늘고 길게’를 선호하는 방식으로 기업 문화도 달라졌다. 유일호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과거에는 후배가 먼저 승진하면 옷을 벗고는 했는데 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일부 기업 노조에서는 계약 해지가 가능한 임원이 되지 않기 위해 ‘승진 거부권’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생산성 높이고, 투자 환경 만들어야”

20대 비중 감소를 초래하는 신사업 부재는 한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0년 이후 24년째 국내 시총 1위를 유지하고 있다. 4일 국내 시총 상위 10대 기업을 보면 6곳은 5년 전과 그대로이고, 3곳은 20위권 기업의 순위가 상승한 수준이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의 투자 여건을 개선시켜 신규 고용 가능성을 높이고, 고령 인력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우영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청년 비중이 앞서 줄어든 선진국 기업 사례를 봤을 때 40, 50대 직원들의 경우 20, 30대보다 정보기술(IT) 등의 적응력이 떨어진다. 인공지능(AI)이 확대되는 앞으로는 더할 것”이라며 “기업 스스로,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인 직무 재교육이나 신기술 교육 지원 등을 도와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상길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는 일자리 하나를 놓고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다투고 있지만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일자리가 늘어난다면 그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대학이 기업 직무 경험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고령 직원을 재교육할 수 있도록 바뀌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고용#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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