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58억?”…재건축·재개발 조합장 성과급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5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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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 원펜타스.(삼성물산 제공)
래미안 원펜타스.(삼성물산 제공)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장 개인에게 50억 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조합장 개인 수령 금액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인센티브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지만, 조합원이나 일반 수분양자에게 돌아갈 이익을 개인이 독식하는데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이 같은 고액 성과급이 반복되면 인센티브를 노리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는’ 4일 대의원회를 열고 조합장 성과급 지급 안건을 19일 임시총회에 상정하기로 결의했다. 성과급 규모는 58억 원으로 조합이 추정한 사업 이익 5800억 원의 1% 수준이다. 이 단지는 3.3㎡당 분양가가 6737만 원으로 역대 분양가 상한제 단지 중 최고가 분양가였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3.3㎡당 6705만 원)보다 높았다. 후분양을 결정해 지난달 조합원 입주를 시작해 이달 분양을 앞뒀다.

신반포15차 조합장은 ‘공사비 증액 협상, 민원 해결 등을 바탕으로 입주를 실현해 사업 성공에 이바지했다’며 성과급 제안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조합장 재직 중 월급, 활동비 등 금전적 보상을 받는데 억대 성과급을 추가로 받는 것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조합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1억여 원, 상여금은 3600만 원을 수령했다.

아직 조합 수익이나 비용 정산이 끝난 것이 아닌데도 성과급을 추진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시공사였던 대우건설과 손해배상 소송을 앞두고 있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한 조합원은 “수익이 5800억 원 났다고 하는데, 이 역시 조합의 추산일 뿐”이라며 “그 근거가 뭔지도 불명확한데 억대 성과급을 받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조합장 성과급 지급 갈등은 수익성이 높은 강남권 단지에서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는 조합장에게 성과급 10억 원 지급을 추진하다 단지 곳곳에 반대 플랜카드가 붙는 등 조합원 반발에 부딪혔다. 하지만 총회를 열고 투표를 거쳐 성과급 지급 안건을 가결시켰다. 인근 단지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조합장 및 임원 성과급 지급 문제로 조합원 간 소송전까지 벌였다. 결국 최종적으로 추가 이익금(약 1050억 원)의 7%인 73억5000만 원만 조합장과 조합 임원이 나눠 받도록 했다.

갈등이 반복되고 있지만 성과급 지급 자체를 막을 근거는 없다. 서울시는 2015년 ’정비사업 조합 등 표준 행정업무 규정‘을 개정해 조합 임원에 대해 임금 및 상여금 외 별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재건축 조합장은 뇌물을 받으면 처벌받는 등 도시정비법상 공무원에 준하는 지위로 보기 때문에, 성과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대다수 조합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센티브를 전면 금지할 수 없다면 적정 상한선을 산출하는 규정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조합원이나 일반분양을 받는 사람이 입을 수 있는 혜택을 조합장 및 임원이 인센티브 명목으로 가로챌 수 있기 때문이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는 “ 사업비, 단지 규모 등을 고려해 성과급 상한선을 매기거나 성과급 산출을 어느 시점에 할지 등을 규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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