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예멘 후티 반군의 민간인 선박 공격으로 시작된 수에즈 운하 운항 차질이 6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동해안 항구로 향하는 길목인 파나마 운하 또한 오랜 가뭄에 의한 수량 부족으로 통행에 제한이 걸렸죠. 해운 운임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5일 기준 3733.80포인트로 2022년(4000포인트 이상) 호황기 때와 비슷한 수준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해운사는 같은 짐을 운반하더라도 운임을 더 받을 수 있으니 쾌재를 부를 것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분위기가 싸늘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막대한 과징금 걱정 때문입니다.
공정위는 2022년 4월 운임 담합 혐의로 한국∼동남아·일본 항로 12개 한국 국적 컨테이너 정기선사와 11개 외국 국적 선사에 총 176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 중 한국 국적 선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전체의 85%인 1462억 원입니다.
그 대부분은 중·단거리 노선을 운영하는 영세 업체들에 부과됐습니다. 국내 1위 선사인 HMM이 받은 과징금은 약 37억 원에 불과합니다. HMM을 제외한 11개사에 부과된 평균 과징금은 약 130억 원입니다. 이들은 보통 2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미만의 중소형 피더선 3∼15척을 운영합니다.
이들에게 1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은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 공정위의 결정 후 다른 나라 경쟁 당국도 비슷한 제재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제재를 받는 게 당연합니다.
과징금 부과 여부는 대법원 상고심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입니다. 선사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및 시정명령 취소 소송 여러 건을 제기한 가운데 그중 에버그린은 2월 고법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사건(재판)들도 모두 에버그린 상고심 판결 이후 결정될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은 결론을 속단하긴 이릅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결정이 나든 업계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폭풍 전야.’ 중소중견 선사들의 눈이 대법원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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