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고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심각한 내수 부진에도 최근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가계부채 규모도 급격히 불어나는 등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전망대로라면 지난해 2월 이후 12차례 연속 동결되는 셈이다.
한은은 최근 달러화 강세로 인해 변동성이 커진 외환시장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중순 이후 1380∼139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앞서 4월에 장중 1400원을 찍었던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2%포인트까지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하는 것은 한은에 부담”이라며 “환율 상승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 물가를 자극할 수 있고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면서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도 금리 인하 결정에 불안 요소다.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가계대출은 5조3415억 원 늘어나면서 2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고금리가 길어질수록 내수 부진의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영업자 등 빚 부담이 큰 서민들의 고통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한은이 연내에는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11개월 만에 최저치인 2.4%로 떨어졌다. 4월부터 3개월 연속해서 물가 상승률이 2%대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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