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너지협의회(WEC)는 에너지 안보, 에너지 형평성,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기반으로 에너지 지속성을 정의하고 있다. 상충하는 이 목표들을 균형 있게 달성하는 에너지 트릴레마는 국가 성장과 경쟁력의 기초가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에너지 트릴레마 지수는 73.1(100이 만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특히 적정 가격으로 중단 없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에너지 안보 지수는 62.2로 매우 낮다.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인 에너지 다소비 국가지만 지난해 에너지 수입액은 1700억 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30%, 해외 의존도는 93.7%에 이른다. 에너지 가격 등락 및 수급 불균형 같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세계적으로도 최근 안보 차원에서 에너지 문제를 바라보는 국가가 늘면서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자국 영토에서 우리나라의 17배인 813공(孔)을 시추해 현재 유전 및 가스전 15개를 운영하며 매년 오일 250만 배럴과 가스 71BCF(10억 ft³)를 생산한다. 2004년 출범한 일본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계속 지원한 결과 석유 자원개발률은 2015년 27%에서 2021년 40.1%로 상승했다.
가장 확실한 에너지 안보 방안은 우리 영토 내에서 석유 자원을 탐사, 개발, 생산해 안정적인 공급 여건을 구축하는 것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영일만 심해에 탐사자원량 35억∼140억 배럴 규모의 유망(有望) 구조를 도출하고 탐사 시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2021년 동해 가스전 생산이 종료돼 산유국 지위를 잃은 우리나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동해 석유 개발 성공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정부는 외국 석유기업 투자 여건을 개선하고 국부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광구 재설정, 로열티 규정 개정 등을 추진해야 한다. 에너지 자원 개발은 정쟁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 에너지 안보와 국민 생활 안정이라는 본질적 목적에 맞춰 유가 변동이나 정권에 상관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한국석유공사 같은 공기업은 민간 기업과 역할을 분담하되 긴밀히 협력해 제한된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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