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없이 운행되는 완전 자율주행의 로보택시(Robotaxi). 한동안 ‘거품’이란 비판과 함께 주요 기업의 사업 축소가 이어지면서 멀어진 꿈인가 싶었는데요. 최근엔 잇따라 사업 확장 소식이 들려옵니다. 8월 8일엔 테슬라의 로보택시 공개라는 빅 이벤트도 예고돼 있는데요.
혹시 지금 로보택시 산업은 동트기 전 어둠의 시기에 놓인 게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언젠가 시장이 열렸을 때 승자는 누가 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열릴 듯 말 듯한 로보택시 시장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이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누구나 웨이모(Waymo)의 로보택시를 탈 수 있습니다. 제한된 이용자만 이용할 수 있었던 서비스가 지난달 말부터 모두에게 공개됐기 때문이죠. 2009년 구글 사업부로 출발한 웨이모가 처음 샌프란시스코 인근 팔로 알토 거리에서 무인 주행에 성공한 지 15년 만의 일입니다. 참고로 이용 요금은 우버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 소식은 두 가지 반응을 불러일으킵니다. ‘로보택시 시장이 드디어 열리기 시작하는구나’ vs. ‘아직 고작 여기까지밖에 못 왔어?’. 솔직히 예상보다 너무 오래 걸리고 있는 건 사실이죠. 웨이모 제품 책임자인 크리스 러드윅은 블룸버그에 이렇게 말합니다. “2010년대엔 큰 과대광고가 있었습니다. 2014년쯤 (로보택시가) 도입될 거라고 얘기했지만 오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망했죠. 우리는 많은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고, 이제 그걸 해결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의 부족과 그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들, 너무 비싼 차량 가격·운영비용과 극복하기 어려운 대중의 거부감까지.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로보택시 산업은 한동안 긴 정체기에 머물러야 했는데요. 그 바람에 지난 수년간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접는 플레이어가 속출했습니다. 그 긴 명단 중 일부만 소개하자면.
우버는 2018년 사망사고를 겪은 뒤 2020년 자율주행 사업부를 스타트업인 오로라에 매각했습니다.
중국 알리바바의 글로벌 연구기관인 다모 아카데미는 지난해 자율주행팀을 해체했습니다. 애플은 올해 2월 10년 동안 자율주행 전기차 연구를 맡았던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산하며 애플카 개발을 중단했죠.
제너럴모터스(GM)는 로보택시 사업부 크루즈에 대한 지출을 2024년 약 10억 달러 삭감했습니다. 크루즈 로보택시는 지난해 잇단 사고를 일으켜, CEO가 물러났고 한동안 영업이 중단되기까지 했죠.
도대체 돈은 언제 벌지?
결국 가장 큰 문제는 돈입니다. 로보택시 사업이 빛을 보기 전까지 막대한 투자비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맥킨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미국 시장의 경우 665억 달러(약 92조원)의 투자비를 쏟아부은 2031년 이후에나 순이익이 플러스를 기록할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다시 말해 이 사업은 상당 기간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로보택시가 ‘밑 빠진 독 물 붓기’가 되는 게 아니냐는 회의론이 점점 커집니다. 지난해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 창업자 왕촨푸 회장은 이런 말로 로보택시를 깎아 내리기도 했죠. “(로보택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로보택시 사업에 얼마나 투자비가 많이 드는지는 크루즈 사례를 보면 확인할 수 있죠. GM 크루즈는 쉐보레 볼트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를 400대 운영하는데요.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한 대 가격이 15만~20만 달러(약 2억~2억8000만원)나 됩니다. 라이다(LiDar, 레이저 광선으로 주변을 인지하는 센서)를 포함한 값비싼 장비가 워낙 많이 들어가기 때문인데요. 또 무인 자율주행을 원격으로 지원하는 일을 하는 직원이 차량당 평균 1.5명이라고 하죠. 차량에서 문제가 있다는 신호를 받으면 이들이 원격으로 제어하는 겁니다. 운전자가 필요 없어서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로보택시의 가장 큰 장점이 무색해지죠. 크루즈는 지난해에도 34.8억달러(약 4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모기업이 돈 잘 버는 빅테크라서 이런 비용을 감내할 수 있다면 해볼 만하겠습니다. 구글의 웨이모, 아마존의 죽스(Zoox)가 여전히 버틸 수 있는 이유이죠. 다만 웨이모조차 지난해 직원을 정리해고한 걸 보면 비용압박이 심상찮은 수준인 건 분명합니다.
바이두 “우린 내년부터 흑자”
바로 이 부분에서 주목해야 할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 검색 대기업 바이두입니다. 바이두는 2013년부터 일찌감치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죠. ‘뤄보콰이파오(萝卜快跑)’라는 브랜드(한국어로 번역하면 ‘당근 달려’)로 2021년부터 베이징을 포함한 주요 11개 도시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요. 특히 인구 1100만명의 중부 도시 우한이 가장 큰 거점입니다.
바이두의 연구개발비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든 뒤 급증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1500억 위안(약 28.5조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자율주행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수익을 내기엔 멀었다는 지적이 이어지던 지난 5월. 바이두가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밝힙니다. “뤄보콰이파오는 2024년 말까지 우한에서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2025년 완전 흑자 구간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당장 올해 안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 도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살펴보니 핵심은 비용 절감에 있었습니다. 바이두는 올해 말까지 우한에 6세대 무인 자율주행차 1000대를 새로 투입한다는 계획인데요. 이 새 차량 가격이 기존 모델(48만 위안)보다 60%나 저렴한 20만4600위안(약 3800만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자율주행 기능이 없는 웬만한 전기차 가격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죠. 지붕에 장착된 라이다를 포함해 총 38개 센서를 장착한 자율주행차로서는 놀라운 가격인 겁니다. 바이두는 이런 가격이 중국의 전기차와 자율주행 관련 공급망이 급속히 발전한 덕분에 가능하다고 설명하죠.
반값 무인 차 등장은 이용요금 인하로 이어질 겁니다. 이미 중국 우한에선 바이두의 로보택시(뤄보콰이파오) 요금이 10㎞에 4~16위안으로 일반 택시(18~30위안)보다 저렴해서 택시 운전기사들이 울상이라는데요. 가격을 여기서 더 낮출 수 있다면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미심쩍지만, 만약 바이두가 큰소리친 대로 정말 우한시에서 내년에 흑자로 돌아서게 된다면? 이는 바이두뿐 아니라, 침체에 빠진 로보택시 업계 전체에 희망을 주는 전환점이 될 겁니다. 아마 모두가 그 성공모델을 따르기 시작하겠죠.
자율주행이 두렵다는 소비자
물론 비용을 크게 낮추는 건 로보택시 성공의 핵심 열쇠이지만, 돈이 이 산업의 유일한 걸림돌인 건 아닙니다. 정부 규제와 보험 정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닌데요. 특히 극복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건 소비자의 거부감입니다.
사실 로보택시는 인간 운전자보다 나은 점이 많습니다. 운전하면서 주의가 산만해지거나, 졸려 하거나, 전화 통화할 일이 없죠. 술이나 마약도 하지 않고요. 액셀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을 염려도 없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로보택시가 인간 운전자 평균보다 사고를 덜 낸다는 통계가 이어집니다. 예컨대 지난해 웨이모와 재보험사 스위스리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웨이모 자율주행 시스템을 이용했을 때 물적 손해배상 청구 건수는 인간 운전자의 4분의 1에 불과했고요(자율주행은 100만 마일당 0.78건, 인간 운전은 3.26건). 상해사고 건수는 7분의 1(자율주행은 100만 마일당 0.41건, 인간 운전은 2.78건)에 그쳤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치명적 사고 가능성이 제로라는 건 아닙니다. 지난해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크루즈 로보택시가 다른 차량에 치여서 튕겨온 여성 보행자와 충돌한 뒤, 바로 멈추지 않고 6m 더 끌고 가서 크게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죠. 아무리 사고율이 낮아도 일단 로보택시 충돌사고가 일어나면 그 뉴스는 대대적으로 보도돼 SNS를 뜨겁게 달굽니다. 이스라엘 자율주행 기업 모빌아이의 암논 샤슈아 CEO는 이에 대해 “각 사고는 사람이 개를 무는 것과 같다”고 말하죠. “(사고가) 너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켜서 (자율주행 기술의) 더 넓은 확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겁니다.
이런 크고 작은 사고는 로보택시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미칩니다. 올 3월 미국자동차협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66%는 자율주행차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25%는 불확실함을 느낀다고 답했죠. 자율주행차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9%에 불과합니다. 지난해보다 여론이 한층 악화한 건데요.
지난 2월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사람이 타지 않은 웨이모 로보택시가 군중의 공격을 받아 불에 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일부의 일탈이겠지만, 낯선 무인 택시에 대한 거부감이 정말 크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죠. 뉴욕주립대 차오춘밍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율주행은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확실히 안전합니다. 하지만 (기술의) 수용은 소비자 심리의 문제입니다. 과연 기술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려면 얼마나 안전해야 하나요.” 그런데 좀 냉정해집시다. 1896년 영국의 한 공원에서 45세 드리스콜 부인이 시속 4마일(약 6.4㎞)로 달리던 ‘모터 마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 사망사고였죠. 당시 검시관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130년 지난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19만명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합니다. 인류가 이 많은 사망자 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이죠.
그런데 정말 교통사고 사망자를 크게 줄일 기술이 있다면, 그건 추구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닐까요. 못 미더운 인간 운전자를 차량에서 없애는 게 가장 강력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두렵고 낯설지만 로보택시의 발전을 응원해야 할 이유입니다. By.딥다이브
크루즈 사고 치고, 애플카는 사업 접고. 한동안 찬바람 불던 로보택시 산업이 최근 조금씩 활기를 띕니다. 무엇보다 테슬라의 예고 덕분에 관심이 높아진 게 아닌가 싶은데요.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깜짝 발표가 나올지는 한달 뒤에 지켜보시고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막대한 투자비, 불확실한 상용화 일정. 그동안 로보택시 시장은 주요 플레이어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지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나마 버텨온 업계 선두주자 구글 웨이모가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서비스를 확장한 게 진전입니다.
-너무 비싼 차량 값, 과도한 인력 운영비 등. 로보택시 산업은 앞으로도 몇년 동안은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단 전망이 나옵니다. 돈 버는 건 7~10년 뒤에나?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올해 말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는 전망치를 내놓은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의 바이두. 가격을 60% 낮춘 저렴한 자율주행차량을 새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데요. 역시 비용 절감만이 살 길입니다. 아직은 의심스럽지만 정말 흑자 전환한다면 대박 사건.
-물론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도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다른 자본주의적인 이유도 많지만,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여야 한다는 절박함이 이 기술을 향해 나아가야 할 가장 큰 이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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