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일부터 집주인 세금 체납 확인 의무화
2: 전세 사기 예방 위해…계약서에 명시해야
3: 내년부터 실무교육 64시간으로 확대 추진
4: 법인화 활성화 vs 인원 제한과 규제 완화
<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취지는 좋은데…” 이달 10일부터 임대차 계약 때 공인중개사가 세입자에게 알려줘야 할 정보 내용이 늘어났습니다. 집주인의 밀린 세금과 선순위 세입자의 보증금 등이 추가된 것입니다. 또 계약서에 첨부되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이런 내용을 추가하고, 본인은 물론 집주인과 세입자의 서명도 받아야 합니다. 또 이를 지키지 않으면 자격 정지나 과태료 부과와 같은 처벌도 받습니다.
2022년 말부터 사회 문제로 대두된 전세 사기를 예방할 목적으로 개정된 공인중개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시행에 따라 취해지는 조치들입니다. 법령 개정은 올해 4월 9일에 이뤄졌는데, 3개월 유예를 거쳐 이달 10일부터 시행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공인중개사들의 반응은 뜨악합니다. 무엇보다 “집주인이 세금 체납 정보 등을 제공할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집주인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공인중개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한 마디로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따르기에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반응에는 주택경기 침체에 따라 폐업하는 곳이 크게 늘고 있는 공인중개사업계 시장 상황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공인중개사무소는 1만 4379곳으로, 지난 2019년 이래 가장 많습니다. 월평균으로 보면 1198곳에 달합니다. 올해도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5월까지 4859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월 평균 972개 수준입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지만 사생활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제기돼 집주인의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우선 국토교통부가 10일 발표한 ‘공인중개사 교육제도 개선 방안’입니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핵심은 공인중개사가 개업하기 전에 받아야 할 실무교육 시간을 현행(28~32시간)보다 배(64시간)로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국토부는 또 부동산 중개업의 선진화를 위해 중개업소의 대형화와 법인화를 적극 유도해 나갈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겸업이 가능한 업무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공인중개사들도 변신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가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공인중개사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해법은 정부와 다른 시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정부와 공인중개사업계의 움직임이 부동산시장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효과는 적잖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인중개사는 부동산시장을 움직이는 중요한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개정된 공인중개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관련한 정부 계획과 공인중개사업계의 움직임 등을 꼼꼼히 들여다보겠습니다.
● 임대차 계약 사각지대 없앤다
개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는 안전한 임대차 계약 중개를 위해 선순위 권리관계와 관련된 정보를 자세하게 제공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여기에는 집주인의 미납세금 현황부터 확정일자 부여 현황, 전입세대 상황 등이 포함됩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추가함으로써 임대차 계약 만료 시 임대차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주택을 미리 파악할 수 있어 전세사기 피해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실제로 이전까지 공인중개사는 집 소재지와 건축 연도 등 기본 사항과 소유권·전세권·저당권 등 권리관계에 관한 사항만 설명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전세사기와 같은 문제를 막을 수 없는 ‘사각지대’가 적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전세 사기범이 세금을 내지 않아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입니다. 세금은 경매낙찰 시 우선적으로 갚아야 합니다. 즉 선순위여서 세입자는 그만큼 보증금을 떼이게 됩니다. 등기부등본에는 세금 체납 여부가 표시되지 않아 세입자가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번 개정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이를 보완한 것입니다.
개정 시행령·시행규칙은 또 세입자 보호제도에 대해서도 반드시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소액 임차인 보호를 위한 최우선 변제권이나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보증금 보증제도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임대차 계약의 안전성을 강화하려는 의도입니다.
이에 따라 우선 공인중개사는 계약 대상 임대차 주택의 소재지와 보증금 규모 등을 확인한 뒤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에 따라 담보 설정 순위에 관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는 소액 임차인의 범위나 최우선 변제금액을 세입자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또 계약 대상 임대차 주택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민간임대주택일 경우 임대보증금에 대한 보증에 가입할 의무가 있음을 설명해 줘야 합니다.
이밖에 세입자에게 중개사무소 직원이 현장 안내를 해줄 때 안내자가 공인중개사인지, 중개보조원인지를 밝혀야 합니다. 또 관리비 관련 분쟁을 막고 월세의 관리비 전가 등을 예방하기 위해 임대할 주택의 관리비 총액과 관리비에 포함된 세부 내용과 부과 방식 등도 소개해 줘야 합니다.
이런 내용들은 임대차 계약서의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도 정리돼 있어야 합니다. 또 공인중개사는 물론 세입자와 집주인도 서명·날인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특히 임대차 확인 사항에 대해서는 설명했는지 여부를 별도로 서명·날인하도록 함으로써, 이중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개정 공인중개사법 시행령·시행규칙에 대해 시장에서는 전세사기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 만 2년이 돼서야 공인중개사 역할을 강화하는 제도가 정비됐다는 점에서 뒤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집주인이 임대차 계약을 맺기 전까진 공인중개사에게 세금 체납 등의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두지 않은 점도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집주인의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관련 정보 제공을 강제하지 못했기에 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 공인중개사를 통해 세금 체납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세입자가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해 “(공인중개사들이) 아파트와 달리 정보 파악이 쉽지 않은 다가구주택, 연립주택 등은 중개를 꺼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 공인중개사 교육시간 대폭 늘어난다
국토부는 ‘중개업 교육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입니다.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 중개업 종사자에 대한 현장 실무교육과 윤리교육 강화를 통해 전세사기 연루 등으로 하락한 중개업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입니다.
개선 방안은 공인중개사가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실무교육 강화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부동산 중개가 거래 당사자의 재산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할 때 공인중개사에게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윤리의식이 요구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는 이론 위주의 단기 실무교육(28~32시간)만 이수하면 개업이 가능했지만, 내년부터는 실무교육 시간이 64시간으로 배 이상 늘어납니다. 거래 당사자의 재산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법과 임대차법, 권리분석, 거래사고 사례 분석과 예방 등과 관련한 과목의 교육 시간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주택·토지 분야별 부동산공법, 계약 실무, 거래 신고, 부동산금융 등으로 교육과목도 좀 더 잘게 나눠지고, 교육프로그램도 실습 위주로 바뀌게 됩니다. 실무교육 후 2년마다 받게 돼 있는 연수교육도 현재는 12~16시간 범위에서 탄력적으로 운영되지만 내년부터는 16시간으로 통일됩니다.
중개보조원에 대한 교육도 강화됩니다. 현재는 중개보조원으로 고용되기 전에 3~4시간의 직무교육만 받으면 됩니다. 또 고용된 이후에는 추가적인 교육 없이 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중개보조원에 대한 교육 시간이 8시간으로 늘어납니다. 이를 통해 직업윤리 교육이 강화되고,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의 업무 영역, 중개보조원 신분 고지 의무, 현장 안내 요령 등과 같은 중개보조 실무 과목 등이 신설됩니다.
이러한 교육은 공인중개사협회 이외에 건국대 동국대 서울벤처대학원대, 한국열린사이버대, 신한대, 평택대, 수원대, 대구과학대 등 8개 대학교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이들 교육기관은 시도지사가 2년 단위로 교육에 필요한 인력과 시설 등을 심사해 지정합니다.
국토부는 또 부동산 중개업의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적극 추진해 나갈 방침입니다. 특히 중개법인 육성을 위해 겸업이 가능한 업무 범위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부동산 관리 대행이나 부동산 거래 상담, 주택 분양 대행 등만 가능합니다. 여기에 토지 분양 대행이나 금융 알선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 정부와 다른 진단과 해법 요구
공인중개사들도 변신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해법에 대해선 정부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공인중개사의 과다 배출과 지나친 정부의 규제를 가장 큰 저해 요인으로 꼽고 있었습니다.
이는 한국부동산분석학회가 지난 5월 개최한 2024년 상반기 학술대회에서 이재순 호서대 벤처대학원 벤처경영학과 교수가 발표한 논문, ‘부동산 중개업 시장 선진화 방안-개업 공인중개사 설문조사를 중심으로’에서 확인됩니다.
논문은 올해 2월 18일부터 3월 5일까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를 이용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응답자는 모두 1528명으로, 남성이 57.1%(872명), 여성이 42.9%(656명)이었습니다. 연령대는 50대(40.4%·617명)와 60대 이상(37.8%·577명)이 주를 이뤘습니다.
응답자들은 대부분이 소규모 개인 사업자(98.3%)였고, 직위는 대표(96.3%)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이들의 중개업 경력은 10년 이상(41.8%)이 절반에 육박했고, 5년 이상~10년 미만(22.5%) 3년 미만(21.4%) 3년 이상~5년 미만(14.3%)의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월 평균 매출은 500만 원 미만(69.,8%)과 500만 원 이상~1000만 원 미만(22.0%)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국내 공인중개사 대부분이 영세 소규모 사업자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뜻입니다.
이들의 중개 대상물은 아파트(28.7%)가 가장 많았고, 단독 및 다세대주택(22.9%), 상가를 포함한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21.6%), 토지(15.9%)의 순이었습니다. 재개발·재건축 물건의 경우 35.6%가 서울지역 사무소가, 토지는 절반을 넘는 51.3%가 지방광역도 사무소가 담당했습니다.
응답자들은 국내 부동산 중개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공인중개사 과다 배출에 따른 경쟁 심화(22.1%)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어 정부의 지나친 규제(19.7%)도 높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재순 교수는 이에 대해 “개업 공인중개사들은 현재의 중개업 환경에서 정부의 공인중개사 수급제도 개선과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의 경쟁을 완화하고, 중개보수의 현실화와 공인중개서 협회의 권한 강화를 통해 질질적인 중개업의 발전이 이뤄지길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정부는 부동산 중개업의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겸업 범위 확대 등을 통해 중개법인 활성화를 적극 추진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현업에서 근무하고 응답자들의 진단은 적잖은 시각차를 보였습니다.
응답자들은 국내에서 중개법인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로 “아파트 위주의 중개시장에서 대형 회사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29.1%)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어 “업무영역 규제가 많아 수익구조가 열악하다”(25.8%)와 “중개보수가 낮아서 대형회사들이 진출할 사업 규모에 적합하지 않다”(20.7%)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재순 교수는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자격자 수급문제 개선-공인중개사협회 기능 확대-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중개 계약제도 개선-전문성 강화 위한 교육제도 개선-거래정보망의 효율적 이용-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업역 확대”등을 선진화 방안으로 제안했습니다.
전국적으로 1만 8000명이 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잃을까 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없는 20, 30대 사회 초년생 피해자의 비중이 큽니다. 전문가인 공인중개사가 조력자로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 합리적으로 제도가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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