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똑똑해지는 엘리베이터
승강기 내부 인공지능 CCTV가 승객 움직임-음성 실시간 인식
자율주행 로봇과 연계 서비스도… “로봇이 1층서 음료 싣고 5층 이동”
“충주쇼룸에 음성 알림이 감지되었습니다.”
12일 오전 충북 충주시 현대엘리베이터 스마트캠퍼스. 모형 엘리베이터에서 직원이 비명을 지르자 엘리베이터와 연동된 스마트 패드 화면 상단에 이 같은 경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현장 직원은 “엘리베이터 내부의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가 승객의 움직임과 음성을 인식한다”며 “범죄나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실시간으로 현장대응팀에 상황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개발한 이 원격 유지관리 서비스는 지난해 6월 출시된 후 1년여 만에 3만3000여 대 엘리베이터에 적용됐다.
스마트캠퍼스에서는 원격 유지관리 서비스 외에도 자율주행 로봇과 엘리베이터를 연계하는 서비스 등 현대엘리베이터가 개발 중인 각종 미래 기술들을 볼 수 있었다. 자율주행 로봇 ‘뉴비’는 1층 카페에서 음료 4잔을 싣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대표이사실까지 혼자서 이동했다. 이택준 뉴빌리티 GR 매니저는 “로봇 플랫폼과 엘리베이터 서버를 연동해 사람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고 설명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 같은 신기술을 갖춘 엘리베이터를 선보이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21년 228억7500만 원 규모였던 투자액은 2022년 241억5300만 원, 지난해 265억9400만 원으로 늘었다. 국내 엘리베이터 제조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유일한데,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시장 공략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은 현대엘리베이터와 미국 오티스엘리베이터, 독일 TK엘리베이터 등 3사가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점유율은 현대 38.9%, TK 20.5%, 오티스 19.7%다.
오티스는 초고층 건물의 전망대 엘리베이터에 특화된 ‘더블 덱’ 기술을 1931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부르즈 칼리파를 비롯해 국내외에 설치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랜드마크 엘리베이터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TK는 1개의 승강로에서 2대의 엘리베이터가 상호 독립 운행할 수 있는 ‘트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TK 측은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공간의 25%를 절약하고 수송 능력을 40%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점은 일부 글로벌 업체들이 부품 생산공장을 중국에 짓고 한국에선 조립만 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점차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KOTRA에 따르면 중국산 엘리베이터 부품 수입액은 2020년 5262만 달러(약 728억 원)였는데, 지난해에는 8832만 달러로 늘었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중국산 부품을 대거 사용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보다 7, 8%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술력’에 승부를 걸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원격 유지관리 서비스와 엘리베이터-로봇 간 연동 시스템은 엘리베이터 시장을 한 단계 성장시킨 핵심 기술”이라며 “끊임없는 R&D를 통해 승강기 산업의 밸류업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미래 먹거리인 도심항공교통(UAM) 이착륙시설 ‘H-포트’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고층 건물이 밀집된 도심 환경에서 이착륙장을 만들 수 있도록 자사의 수직·수평 이동 기술을 접목할 예정이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국책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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