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카우’ 밥캣, 로보틱스 자회사 개편
건설기계-협동로봇 ‘시너지 제고’
선진시장 개척 등 미래 먹거리로
9월 임시주총서 과반 동의 얻어야
두산그룹에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던 두산밥캣이 그룹의 첨단산업으로 변신에 핵심 역할을 맡게 됐다. 두산그룹은 건설기계 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재편하기로 했다. 두산로보틱스에 힘을 실어주면서 첨단 기계 부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15일 산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11일에 있었던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의 핵심은 두산밥캣이다. 두산밥캣은 본래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지분 46%)였는데 개편을 통해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바뀌게 됐다. 지난해 기준 두산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97%를 차지한 두산밥캣이 10년 동안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던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이동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개편에 대해 두산그룹이 두산로보틱스를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향후 두산로보틱스도 이 네트워크를 통해 선진 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두산로보틱스의 북미 판매 법인은 16개인데 이를 2027년까지 6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동시에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기술 및 인력 교류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두산밥캣 생산공장 15개 중 10개가 북미나 유럽에 있는데 이를 두산로보틱스가 생산하는 협동로봇 제작에도 활용할 수 있다.
두산밥캣은 과거 ‘미운 오리 새끼’로 불렸다. 두산그룹이 2007년 당시 국내 기업의 해외 업체 인수로는 사상 최대인 49억 달러(약 5조7000억 원)에 인수했지만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두산이 ‘승자의 저주’를 겪었기 때문이다.
전체 인수 자금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억 달러를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 조달했는데 막대한 이자 부담이 그룹 유동성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룹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두산밥캣을 팔지 않고 키워나간 덕에 지금은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해내고 있다.
두산은 이번 개편을 통해 그룹을 첨단 제조 회사로 키워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비맥주를 중심으로 한 소비재 기업이었던 두산이 20년 전 중공업으로 체질을 바꿨듯이 이번에는 첨단 제조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퓨얼셀은 ‘클린 에너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스마트 머신’, 두산테스나는 ‘반도체·첨단소재’ 사업을 이끌 예정이다.
두산그룹의 이 같은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9월 25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과반 동의가 필요하다. 또한 두산밥캣 주주들이 새로 받게 될 두산로보틱스 주식 수 비율(0.63 대 1)이 마음에 안 들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너무 많은 주주가 청구권을 행사한다면 개편이 무산될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두산에너빌리티나 두산로보틱스의 주가가 많이 떨어지면 두산그룹에 불리하다”면서 “이번 주에 두산에너빌리티가 참여하는 체코 원전 수주 관련 결과가 나오는데 이것으로 인한 주가 변동이 사업 개편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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