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직업별 노동시장 영향 분석
주방장-재봉사 100% 자동화 가능
의원-조종사-작가 등은 대체 힘들어
전문가 “여성-청년 고용 악화” 우려
현재의 국내 일자리 10개 가운데 9개는 불과 6년 뒤에 90% 이상의 업무가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전문화된 고숙련 노동도 더 이상 AI 기술 확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국내 일자리 중 약 12%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15일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의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방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AI와 로봇을 활용한 기술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일자리의 38.8%에서 70% 이상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AI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AI가 시력, 청력, 말하기, 문제 해결, 정교한 동작 등 44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을 평가한 다음 직업별로 요구되는 능력에 적용한 결과다.
보고서는 2030년에는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 고위험군 일자리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6년 뒤에는 AI가 70% 이상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의 비율이 98.9%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현재 일자리의 89.8%는 업무의 90% 이상을 AI로 대체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 연구위원은 “국내 취업자가 수행하고 있는 거의 모든 직무가 가까운 미래에 AI와 로봇으로 대체 가능한 성격임을 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30년의 AI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주방장 및 요리연구가, 패스트푸드 종업원, 냉난방 설비 조작원, 음료 조리사 등은 전체 직무(100%)의 자동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의회의원·고위공무원 및 공공단체 임원(64%), 항공기 조종사(78%), 작가(80%) 등은 직무 자동화 비율이 비교적 낮게 예측됐다.
이날 KDI와 한국노동연구원이 ‘인구구조 변화, 다가오는 AI 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모색’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도 국내 일자리 중 12%에 해당하는 약 341만 개는 AI 기술로 대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분석팀장이 AI 특허 정보를 활용해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출한 결과다. 오 팀장은 “AI는 비반복적, 인지적 업무를 대체하는 경향이 크다”며 “고소득, 고학력 근로자가 AI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AI 기술 확산이 청년층과 여성 고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KDI가 기업의 AI 도입 결과를 분석한 결과 남녀 모두 청년층에서 고용 하락 효과가 크고 여성 청년층의 경우 임금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AI 기술을 도입했거나 앞으로 도입할 예정인 국내 기업의 경우 47.9%가 신규 채용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연구위원은 “AI 기술은 숙련된 근로자보다는 경력이 비교적 많이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를 대체하는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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