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후 입법공백 1년반… 민주 안전운임제 vs 당정 표준운임제 또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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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운송 최저운임 강제 ‘안전운임제’
野, 아예 ‘영구화’ 법안 들고나와
당정 “시장에 맡겨야” 입장 고수
전문가 “충분히 논의후 입법을”


2022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의 배경이 된 안전운임제가 22대 국회에서 다시 쟁점으로 떠오른다. 더불어민주당은 안전운임제 영구화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입법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정부·여당은 표준운임제를 다시 들고 나섰다. 21대 국회에서 화물차 운임에 대한 논의가 아예 이뤄지지 못했던 만큼 이번 국회에서는 두 운임제의 효과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함께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연희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뒤 22일 교통법안 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안전운임제는 낮은 운임으로 과로, 과적, 과속 위험에 내몰리는 화물차 기사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3년 한시로 시행된 이후 2022년 말 일몰됐다. 화주가 운송사에, 운송사가 화물차주에게 주는 최저 운임을 강제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반했을 때 화주와 운송사엔 즉각 과태료 500만 원 이하 법적 제재가 가해진다. 대상은 컨테이너와 시멘트 차량이다.

야당은 안전운임제 일몰 이후 화물차주들의 업무 환경이 열악해졌다고 주장한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제도 일몰로 임금이 줄고 화물노동자의 졸음운전, 과속과 과적의 비율이 늘고 있다”며 제도의 영구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안전운임제 대신 표준운임제를 내세우며 21대 국회 만료로 폐기된 표준운임제 도입 법안을 재발의할 계획이다. 표준운임제는 화주와 운송사 간 운임을 강제하지 않는다. 정부·여당은 기존 안전운임제에서 화주가 운송사에 주는 안전운임을 정할 때 운송사 수수료와 화물차주 운임을 모두 포함하다 보니 중소 화주들의 어려움이 커졌다며 시장에 맡겨 자율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쟁점은 화주가 운송사에 주는 운임을 자율로 하느냐, 강제로 하느냐다. 야당은 자율로 정하면 결과적으로 화물차주에게 떨어지는 임금이 줄어든다고 주장하고, 정부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국교통연구원의 최근 조사 결과 안전운임제가 일몰된 지난해 컨테이너와 시멘트 화물차주의 수익이 2022년 대비 오히려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여당과 야당의 기 싸움이 장기화되며 시장에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말 안전운임제 일몰 후 1년 6개월이 지나며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물류업계가 운임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급한 대로 국토부는 다음 달 초 표준운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22대 국회에서 화물차 안전운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실제 21대 국회에서 표준운임제 도입 법안은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충분한 논의 없이 단순히 안전운임제를 부활시키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어느 쪽이든 서둘러 입법을 하기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화물운송#안전운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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