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사흘 우주여행에도… 근육 줄고 면역력 약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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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 전후 신체변화 분석 결과
코넬대 메이슨 교수팀 네이처 발표
알츠하이머-부정맥 등 유발 가능성
“정부부터 우주의학 지원 확대해야”


“우주에 3일 있었는데 유전자 단위에서 변화가 나타났다는 게 놀라웠죠.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뼈와 근육량이 줄고 면역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확인했습니다.”(크리스토퍼 메이슨 미국 코넬대 교수)

최근 고도 575km에서 사흘간 머물렀던 우주 비행인들의 신체 변화를 분석한 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단 2박 3일간의 우주 비행만으로도 유전자 변화가 나타난다는 결과였다. 이 연구를 주도한 크리스토퍼 메이슨 미국 코넬대 교수는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포 수준에서 우주 여행 전후 인체 변화를 분석한 데이터는 향후 우주 비행 전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이라고 했다.

● 3일 만에 면역·뇌 변화 발생해


과학공상(SF)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우주 여행이 현실과 가까워지고 있다. 이미 스페이스X, 버진갤럭틱 등 여러 기업들이 고도 100∼500km 사이의 지구 저궤도를 다녀오는 우주 관광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닷어스는 우주 관광 시장이 2032년에는 177억4240만 달러(약 24조5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간인들의 우주 관광이 늘어나면서 메이슨 교수팀의 연구 결과도 주목받고 있다. 메이슨 교수는 가장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로 면역 시스템의 변화를 꼽았다. 그는 “짧은 비행만으로도 면역 시스템이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우주 비행 후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거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뇌에서도 이상이 발견됐다. 혈액 내 단백질을 분석한 결과 뇌를 보호하는 뇌혈관장벽(BBB)이 무너질 때 발견되는 단백질의 수치가 높아진 것. BBB가 망가지면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질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 ‘미니 장기’ 활용해 심우주 탐사 대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인체 변화를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인체 장기를 칩 위에 그대로 모사한 ‘미니 장기(오가노이드)’를 우주에 보내는 ‘티슈 칩스 인 스페이스(Tissue Chips in Spac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향후 화성과 같은 심우주 환경에서 인체 변화를 확인하는 데 유용한 도구다. NASA는 2018년 프로젝트를 수행할 연구팀 9곳을 선정해 각 498만 달러(약 69억 원)를 지원했다.

그중 김덕호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심장 오가노이드 제작과 분석을 맡았다. 김 교수가 제작한 심장 오가노이드는 2020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발사돼 약 한 달간 우주에 있다 돌아왔다. 김 교수는 “심장 오가노이드 분석 결과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발견됐다”며 “심장이 몸 전체 에너지의 약 30%를 사용하는데, 이 에너지를 제공해 주는 미토콘드리아도 많이 깨져 있었다”고 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관련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제약사 보령이 ‘HIS(Human In Space)’ 챌린지를 통해 매년 기발한 우주 의학 아이디어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메이슨 교수팀은 지난해 HIS 챌린지 수상자다. 메이슨 교수와 함께 연구 중인 김장근 코넬대 박사후연구원은 “과거보다 우주의학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HIS와 같은 지원 프로그램이 정부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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