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아마존, 英은 MS 조사 착수
아마존, 어뎁트 직원 66% 고용
MS, 인재채용 회사에 9000억원
‘반독점 이슈’ 피해가기 의심
미국과 영국의 경쟁 당국이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재 채용 행태에 칼날을 빼 들었다. 빅테크들은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하는 대신 핵심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있는데, 이게 반독점 이슈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닌지를 살피는 것이다.
17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아마존에 대한 비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아마존이 지난달 AI 스타트업 ‘어뎁트’의 데이비드 루안 최고경영자(CEO) 등을 영입한 것과 관련해서다. 루안 전 CEO는 현재 아마존에서 인공지능 연구팀 ‘AGI 오토노미’를 이끌고 있는데, AGI 오토노미의 구성원 대다수는 전 어뎁트 직원이다. 아마존은 어뎁트 직원의 66%가량을 고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는 “FTC가 양사 계약과 관련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이 어뎁트의 인력을 대거 고용한 것은 사실상 어뎁트를 흡수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경쟁 당국인 경쟁시장청(CMA)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MS는 3월 구글 딥마인드 공동 설립자인 무스타파 술레이만을 AI 사업 최고 책임자로 고용하면서 술레이만이 창업한 ‘인플렉션 AI’ 직원을 대거 영입했다. 이 과정에서 MS는 인플렉션에 약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 원)를 지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재 채용을 넘어 회사 측에 돈까지 지불한 건 회사를 사실상 합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MS 측은 “인재 채용은 경쟁을 촉진한다. 합병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빅테크들이 M&A 대신 인재 영입을 하는 건 반독점 이슈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보기술(IT) 업계의 분석이다. 스타트업을 인수하면 경쟁 당국의 각종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논란을 일으키느니 인재 영입을 통해 사실상 스타트업을 지배하는 것이다.
빅테크들이 인력 채용을 앞세워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은 미국 의회에서도 제기됐다. 론 와이든 미국 민주당 상원 금융위원장 등 상원의원 3명은 최근 FTC에 서한을 보내 “일부 기업들은 혁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재능을 매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경쟁 당국이 이런 거래를 조사하지 않으면 새로운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을 빈껍데기로 만든 채 인재와 기술을 빼돌리는 편법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과 유럽 경쟁 당국은 MS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130억 달러를 투자한 것도 문제가 없는지 살피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글과 메타 등이 AI 스타트업 ‘캐릭터닷’과 인력 및 지식재산 공유 등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인력 한두 명을 데려갈 수는 있는데, 팀을 아예 빼가거나 스타트업에 돈을 주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해외 경쟁 당국이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AI 스타트업 시장의 M&A 및 투자 관행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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