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오는 ‘트럼프노믹스’]
트럼프 ‘추가 압박’ 예고 수출 비상
中에 보복 관세땐 對中 수출도 악화
“인도-동남아 등 수출 다변화 시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수입품 대상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미국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대미(對美) 수출 타격은 물론이고 관세 폭탄을 맞은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로 대중(對中) 수출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대미 수출액은 64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50억7000만 달러)보다 16.8% 증가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반도체 수출이 52.2% 급증했고 친환경차 수출 증가 등으로 자동차 수출도 29.8% 늘었다. 로봇·산업기계 등의 수요 확대로 일반기계 수출 역시 31.1% 증가했다.
정부는 하반기(7∼12월)에도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품목 수출이 상승세를 이어가며 올해 6900억 달러 안팎의 수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 제시한 수출 목표(7000억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무역보험 추가 공급 등 각종 지원에도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가 모든 국가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하면서 한국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이 한국에 보편 관세 10%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이 152억 달러(약 21조 원)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트럼프 리스크’는 대중 수출 부진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중 수출액은 634억 달러로 동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22년(814억 달러)보다 약 22% 감소했다. 반도체와 합성수지, 무선통신기기 등 2022년 수출 상위 10대 품목은 하나도 빠짐없이 수출액이 줄었다.
특히 대중 수출의 절반(45.3%)을 차지하던 정보기술(IT) 4대 품목의 수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컴퓨터 수출액은 2년 전보다 63.5% 급락했고, 평판디스플레이및센서(―33.8%)와 무선통신기기(―24.1%), 반도체(―18.4%)도 수출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트럼프 후보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선 60∼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실제 그만큼의 관세가 부과돼 중국 경제가 흔들린다면 한국 수출 실적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절반 이상 급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경제가 부진하면 중간재 수출을 많이 하는 우리는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대미 수출 불확실성도 커지는 만큼 인도나 동남아시아 등으로의 수출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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