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의 1인당 순자산 규모가 일본의 1인당 순자산 규모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개편을 거치면서 코로나 확산기 당시 집값 급등이 시세에 더 가깝게 반영된 결과다.
19일 한국은행의 ‘2023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1인당 순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억 4427만 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산(1경 2632조 원)을 추계인구 약 5171만 명으로 나눈 값이다.
1년 전(2억 4039만 원)에 비해 1인당 가계 순자산이 1.6% 소폭 늘었다.
순자산은 부동산(비금융자산)과 현금·증권투자(금융자산) 등에서 부채를 뺀 값을 의미한다. 빚을 빼고 순수하게 수중에 남는 자산 규모를 뜻한다.
이로써 한국 가계의 1인당 순자산은 일본을 추월했다. 시장환율로도, 물가 수준을 반영한 구매력평가환율(PPP) 기준으로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시장환율 기준 한국의 가계 1인당 순자산은 전년(18만 6000달러) 대비 약간 증가한 18만 7000달러로 추산됐다.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 7개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18만 3000달러)만 근소한 격차로 앞질렀다.
PPP 기준으로는 한국 25만 9000달러 대 일본 22만 9000달러로 더욱 큰 폭으로 한·일 간 순서가 역전됐다. 현재 환율로 약 3억 6000만원 대 3억 2000만 원 수준이다.
국민대차대조표는 국민경제 전체와 개별 경제주체가 보유한 유무형 자산, 금융부채 등의 규모를 기록한 결과다. 국민순자산을 통해 한국 가계와 기업, 정부 등이 가진 국부(國富)의 규모를 알 수 있다.
한은과 통계청은 이번 국민대차대조표 통계부터 기준년을 2015년에서 2020년으로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경제 규모를 가늠하는 방식이 개선돼 국부 통계가 일제히 상향 수정됐다.
예컨대 2020년 말 국민순자산이 1경 8882조원으로 기존보다 942조원(5.3%) 증가한 식이다. 이에 국부가 2경 원을 돌파한 시점도 2021년으로 기존보다 1년 앞당겨졌다.
개편 이전 한국 가계의 1인당 순자산은 16만달러 혹은 17만달러대로 일본 밑이었다.
한은은 이 같은 국부 증대 효과가 앞선 국내총생산(GDP) 기준년 개편에 따른 투자 시계열 상향 조정(총고정자본형성 베이스업률 5.2% 적용)과 부동산 가격의 현실 반영도 제고에 주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집값을 시장 가치에 보다 잘 부합하도록 통계 산출 방식을 개선한 영향이 컸다.
김민수 한은 국민B/S팀장은 이번 상향 수정과 관련해 “주거용 건물과 부속 토지를 각각 산출하던 방식에서 주택 실거래 감정평가 자료 등을 이용해 주택자산 가치를 일괄 평가하게 되면서 주거용 건물 부속 토지 금액이 상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통계 작성 방식 개선은 건물과 토지가 함께 거래되는 주택 자산의 속성을 더 잘 반영한다는 것이 한은과 통계청 측 설명이다. 이미 호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이 주택 자산을 일괄 추계하고 있으며, 호주의 경우 추계 방식을 이같이 변경하면서 주거용 건물 부속 토지 금액이 10% 이상 뛴 바 있다.
상업용 부동산도 시세를 더욱 잘 반영하게 됐다. 한은과 통계청은 주택-토지 공시자료 간 연계작업을 통해 비주거용 건물 부속 토지 자산 추계의 정도를 제고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코로나19 확산기 이후 국민순자산의 기준년 개편 전후 격차가 두드러지게 됐다. 당시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저금리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시기다.
김 팀장은 “2020년 이후로 기준년 개편 전후의 국민순자산 차이가 커진 것은 부동산 자산의 현실 반영도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통계를 개편하다 보니 주택 가격이 많이 올라갔을 때의 시세 반영도가 높아진 결과”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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