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테슬라 1만7380대 팔려 3위
中 배터리로 가격낮춘 ‘모델Y’ 견인
아우디, 판매량 62% 줄어 3위→8위
‘연두색 번호판’ 영향 초고가車 위축
독일 차 브랜드가 주도해 오던 수입차 시장에 미국 테슬라발(發)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21일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상반기(1∼6월) 수입차 시장에서 승용차 판매량이 1만 대 이상을 기록한 브랜드는 BMW(3만4933대), 메르세데스벤츠(3만15대), 테슬라(1만7380대) 등 세 곳이다. 이 중 순수 전기차 브랜드인 테슬라만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늘었다. 전기차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졌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테슬라 판매 증가율은 365.7%에 달했다.
지난해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후륜구동(RWD) 모델을 국내에 내놓으며 판매 시작가를 1000만 원 이상 낮춘 ‘모델Y’가 이런 성장세를 견인했다. 모델Y는 시작가 기준 RWD가 5299만 원, AWD 모델은 6099만∼7199만 원에 판매된다. 모델Y는 상반기 수입차 브랜드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다.
테슬라의 약진에 최근 4년(2020∼2023년)간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차 3사가 독차지해 오던 판매량 순위 ‘톱(Top) 3’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상반기 9위였던 테슬라는 올 상반기엔 3위로 여섯 단계 도약했다. 반대로 이 기간 판매량이 62.6% 감소한 아우디는 3위에서 8위로 주저앉았다.
고금리 등으로 경기가 침체되자 그간 수입차 구매 가격이 치솟던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 현상도 한풀 꺾였다. 1년 사이 수입차 평균 구매 비용(취득 금액 기준)은 8477만 원에서 7679만 원으로 9.4% 줄었다. 이 기간 수입차 전체 판매량은 5.2% 줄어든 12만5105대에 그쳤다.
초고가 수입차 시장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람보르기니, 맥라렌, 벤틀리, 페라리, 포르셰 등 슈퍼카·고급차 브랜드의 상반기 판매량(합계)은 전년 동기(6992대)보다 41.3% 떨어진 4107대를 나타냈다. 이 기간 8000만 원 이상 자동차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린 5개 차량(벤츠 GLE, BMW X5, 벤츠 S클래스, BMW 6시리즈, BMW X7)의 판매량도 전년 동기보다 23.4% 줄었다. 8000만 원 이상의 고가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의무 부착하도록 하는 제도가 올해부터 시행된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과거 수입차의 주요 동력원이었던 디젤 또한 전기차에 밀려났다. 디젤 수입차의 판매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8%포인트 떨어진 3%에 불과했다. 같은 시기 순수 전기차가 7.7%에서 21.5%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과 대비된다.
이가현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팀장은 “수입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지만, 전기차는 테슬라의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여전히 강세”라며 “다만, 비야디(BYD) 등 중국 토종 브랜드의 한국 진출이 예고되고 판매가 인하를 위해 중국산 물량을 들여오려는 기존 브랜드도 늘면서 중국산 수입차의 점유율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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