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전력의존도가 철강 등 전통산업보다 7~8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를 뒷받침할 국내 인프라는 부족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2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전력수급 애로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내놨다. 전력의존도는 특정 산업에서 사용하는 총 에너지 사용량 중 전력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에너지온실가스 종합정보플랫폼을 통해 2011~2019년 수치를 평균 집계한 결과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의 전력의존도는 각각 85%, 8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광업 62%, 비철금속 44%, 시멘트 35%, 석유화학 14%, 철강 11%였다.
한경협은 이처럼 첨단산업의 전력의존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전력설비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첨단전략산업은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4개 산업 분야로 정부는 지난해 경기 용인·평택, 경북 구미, 충북 청주 등 전국 7곳을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7개 단지에서만 15GW(기가와트) 이상의 신규 전력수요가 예상되는데 이는 전국 평균 최대전력인 72.5GW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경협은 특히 장거리 송전선로 신축 등 송·변전망 구축사업이 필수인데,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적기 준공률이 1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송·변전망 구축 사업은 당초 계획 대비 평균 3년5개월, 최대 7년 6개월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전력망 인허가 절차 등을 간소화하기 위한 국가기간전력망특별법의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 주도 ‘CFE 이니셔티브’에 발맞춰 무탄소에너지에 원자력을 포함하는 등 무탄소에너지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한경협은 “원자력은 태양광, 풍력 등 기존 재생에너지에 비해 발전 비용이 저렴하다”며 “무탄소에너지에 대한 초과수요 해소는 물론 에너지 조달비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요구로 무탄소에너지 조달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경협은 또 소형모듈원자로(SMR) 활용을 늘리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MR이 활성화되면 장거리 송전선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경협은 “SMR은 분산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처 인근지역에 대한 전력공급이 원할하다”며 “송전선로 의존도 감소 효과가 크다”고 했다. 한경협은 이를 위해 신규 대형 원전과 SMR 상용화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관련 입법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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