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보급 부진에 경영난 심화
현대차, 코하이젠 증자 참여 추진
하이넷에는 다른 방식 지원 검토
업계 “수소 충전 지원금 등 필요”
현대자동차가 주주로 참여한 민간 수소충전 업체인 코하이젠과 하이넷이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현대차를 중심으로 이들에 대한 ‘자금 수혈’이 논의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수소차 보급이 늘어나야 충전 업체들이 살아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용 수소차 충전 1위 업체인 코하이젠은 다음 달 이사회를 개최해 자금 수혈을 위한 증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코하이젠의 주식 9.05%를 보유한 현대차에서도 이달 25일로 예정된 이사회에 코하이젠 증자 참여 여부를 안건으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코하이젠 이사회에서 각각 안건이 승인되면 코하이젠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증자를 확정하게 된다. 이를 통해 실제 자금 수혈이 이뤄지면 코하이젠은 현재 6개인 충전소를 내년 초까지 11개로 늘릴 예정이다.
승용 수소차 충전 분야 1위 업체인 하이넷도 지분 28.05%를 가진 2대 주주인 현대차 등과 자금 수혈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애초 현대차가 증자를 통해 자금을 추가 투입하는 방식도 검토됐으나 지금은 방향을 틀었다. 하이넷이 계열사로 편입되는 것에 대해 현대차 측에서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코하이젠의 경우에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규정된 벤처기업 요건을 맞춘 덕에 현대차의 지분이 늘어나더라도 7년간 대기업집단 편입이 유예된다. 반면 하이넷은 특례법상 기한 내 연구소 등을 설립하지 않아 현재 벤처기업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충전 업계 관계자는 “증자가 아닌 방식으로 하이넷에 자금 수혈을 할 수 있는지 현대차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이넷과 코하이젠이 어려움을 겪는 근본 이유는 수소차 보급이 애초 예상보다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판매되는 유일한 수소 승용차인 현대차의 ‘넥쏘’ 판매가 큰 폭으로 둔화되고 있다. 2022년 상반기(1∼6월) 넥쏘의 내수 판매는 4885대로 정점을 찍었고, 그 이후 하락세다.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감소한 1463대로 주저앉았다. 넥쏘의 후속 모델이 내년에 나온다고 예고되자 신모델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구매를 미룬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상용 수소차 보급은 그나마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 현대차가 3월 전주공장의 수소전기버스 연간 생산 능력을 기존 500대에서 3100대로 늘린 덕이다. 또 두산 계열사 하이엑시움모터스에서 4분기(10∼12월)에 수소전기버스 생산에 뛰어들면 생태계가 더 커질 것이란 기대감이 업계에서 나온다.
지난해 코하이젠과 하이넷이 각각 36억 원과 11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내년에 넥쏘 신차가 나오고 수소전기버스 보급이 본격화되면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소 충전사업 업계 관계자는 “자금 수혈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수소차 보급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충전 업계도 살아날 수 있다”며 “안전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수소 승용차주들에게도 수소 충전 지원금을 제공한다면 수소차 보급 여건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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