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수능을 8번 치른다면[기고/이우영]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4일 03시 00분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지난해 시행한 국가자격시험 응시생은 450만 명에 달한다. 국가자격시험은 기술 및 전문 자격을 합쳐 시험 종목이 534개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 인원은 44만여 명으로 2020학년 대비 19% 줄어들었지만 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 인원은 같은 기간 4.8% 늘어났다. 지난해 국가기술자격 정기 시험 13번 가운데 8번은 20만 명 이상 응시했다. 이 8번 시험 평균 응시 인원은 약 35만 명이었고 시험 종목은 100개에 이른다. 1년에 수능과 비슷한 규모의 자격시험이 전국에서 약 8회 실시되는 셈이다.

‘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역사는 국가기술자격시험 50년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지난달 열린 국가기술자격제도 미래지식포럼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시대, 개인 자격증의 가치와 의미’ ‘국가는 시대정신에 부합한 국가자격제도 틀을 잘 유지하고 있는가?’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했다.

기술자격은 ‘교육훈련 시장에서 태운 사람을 고용시장으로 낙오 없이 운송하는 선박’이며 자격 취득자의 임금과 직무 수준을 결정하는 ‘상품’과 같다. 특히 우리나라 노동시장처럼 일자리와 근로자가 서로 딱 맞게 이어지기 쉽지 않은 국가에서 자격증 기능은 더욱 중요하다.

국가마다 문화와 경제 성장 과정 등에 따라 기술자격 운영 방식은 다르다. 장인정신을 중시하는 일본은 기능과 기술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자격 취득자의 임금과 활용도 등을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피드백 받아 자격 품질의 내실을 기한다. 독일은 일과 훈련의 이원 기술 교육 시스템인 아우스빌둥(쌍둥이 교육)을 중심으로 기업, 근로자, 정부가 함께 직종을 설계하고 평가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 자격증 제도 기반에는 사회적 합의와 신뢰가 있다.

우리나라 국가기술자격시험은 서비스 균일성과 공정성에 주안점을 두고 디지털 전환을 통한 효율화를 선도하고 있다. 국가기술자격시험을 총괄 관리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인적, 물적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종이 시험을 없애고 컴퓨터 기반 시험(CBT) 인프라를 빠르게 갖추고 있다. 또 AI를 적극 활용해 출제, 채점 및 수험생 피드백 서비스를 더 고도화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처럼 산업 현장과 협력해 자격 품질도 높여 나가고 있다.

체류 외국인 250만 명 시대다. 고품격 기술을 뜻하는 브랜드 ‘K자격’이 K팝 못지않은 한류 콘텐츠로 인정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교육훈련 시장#기술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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