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지주는 이달 4일 상장 금융지주사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 실행 계획’을 공시했다. 구체적으로 2023∼2025 회계연도까지는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50%가 넘는 주주환원율(순이익에서 배당 등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비율)을 유지하고, 2026 회계연도 이후부터는 △내부 투자 △현금배당 △자사주 매입 등 3가지 수익률을 비교한 뒤 주주가치 제고에 ‘최적인 자본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메리츠금융은 올해 초 정부 주도로 시작된 ‘밸류업 열풍’ 이전부터 이미 이사회를 중심으로 기업가치 제고와 효율적인 자본 배치 전략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다. 수년 전부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본업의 탁월한 성과로 수익을 잘 낸다 △자본 배치를 효율적으로 한다 △주주환원을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한다 △모든 주주의 가치를 동등하게 대한다는 등 4가지 원칙을 적용해 왔다.
특히 2022년 11월 ‘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소액주주 피해가 속출하던 상황에서도 3개 상장사를 하나로 합치는 ‘원 메리츠’(포괄적 주식교환) 전환과 함께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기업을 승계할 생각이 없고 약간의 지분 차이나 손실은 괜찮다”며 “경영 효율을 높이고 그룹 전체의 파이를 키워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보자”라고 원 메리츠 배경을 설명했다.
2021년 자사주 매입 1498억 원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3001억 원의 자사주를 샀고, 2023년에는 6400억 원의 자사주 매입과 4483억 원의 현금배당 지급으로 주주환원율 51.2%를 달성했다.
메리츠금융의 주주환원은 배당이나 단순 자사주 매입보다는 매입 후 소각에 방점이 있다. 자사주 소각은 단순 매입과 달리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량이 감소해 주당순이익(EPS)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자본금도 줄여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끌어올린다.
원 메리츠 전환 발표 이후 메리츠금융의 3개년(2021∼2023년) 누적 총주주 수익률(TSR)은 85%로 국내 지주(15%)나 국내 보험(23%)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총주주수익률(TSR), 주주환원율, 자본비용, 자본초과수익, 밸류에이션 등 모든 핵심 지표가 포함돼 A+ 학점을 부여한다”고 논평했다.
메리츠식 주주환원이 주목을 끌면서 금융사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 트렌드가 됐다. 올해 상반기(1∼6월) 코스피 기업의 자사주 소각 공시는 총 91건, 4조3159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각각 10%, 22%가량 늘었다.
2023년 1분기(1∼3월)부터는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분기별 실적 발표 후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최희문 부회장,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등 각 계열사 주요 경영진이 직접 투자자 질문에 답변하는 콘퍼런스콜을 개최하고 있다.
2024년 1분기부터는 일반 주주 질문을 취합해 주요 경영진이 직접 답변을 내놓는 ‘열린 IR’을 금융업계 최초로 실시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 관계자는 “앞으로는 연 4회 실시하는 실적 공시 때 ‘밸류업 계획’을 같이 공개하고 계획 및 이행 현황을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는 IR에서 직접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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