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안 발표
자녀 집 가까운 도심지역 주거공간… 고령층 수요 늘었지만 공급은 부족
토지-건물 사용권 확보땐 설립 허용… 병원 인접 수도권 택지 개발 계획도
자녀 집과 가까우면서도 미술관, 스타벅스 등 문화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에 시니어 레지던스가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미국과 일본처럼 노인에게 지내기 안전하고 건강 서비스까지 갖춰진 주거 공간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미 도심에 새로 지어진 아파트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차별화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초고령사회 수요에 못 미치는 공급
정부는 23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령층 친화적 주거 공간과 가사, 건강, 여가 서비스가 결합된 시니어 레지던스 공급을 적극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시니어 레지던스는 중산층 고령화 가구 대상 민간 임대주택인 ‘실버스테이’와 실버타운(노인 복지주택), 공공이 공급하는 ‘고령자 복지주택’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주택’에 방점이 찍혀 있어 노인 요양시설과는 구분된다.
65세 이상 인구가 급증하면서 시니어 레지던스에 대한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지난해까지 공급된 실버타운은 9006가구, 고령자 복지주택은 3956가구에 그쳤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시니어 레지던스 비중도 0.1%에 불과하다. 미국(4.8%), 일본(2.0%)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내년에 20%를 넘어서고 11년 뒤에는 29.9%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니어 레지던스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 건 예전과 달리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인들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패스파인더 위원은 “시니어 레지던스는 직접 밥을 해 먹기 힘들어지거나 수시로 건강을 체크해야 하는 70대 중반, 80대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입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도심에 있는 시니어 레지던스는 자녀들과의 접근성, 외곽에 비해 훨씬 잘 갖춰진 편의시설과 문화시설 덕분에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집 안에 안전 손잡이와 높낮이 조절 세면대, 동작감지 센서 등이 설치돼 있고 문턱이 없는 등 노인들에게 특화된 인테리어도 시니어 레지던스의 장점으로 꼽힌다. 또 가사 지원을 비롯해 안부 확인, 건강 관리, 여가 프로그램 등 특화 돌봄 서비스와 결합돼 있는 점도 시니어 레지던스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 도심 내 폐교 등 활용 지원
정부는 땅값이 비싸 부지 확보가 어려운 만큼 도심 내 유휴 시설과 국유지를 시니어 레지던스로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도심에 있는 대학 시설, 폐교 등을 시니어 레지던스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도록 용도 변경, 용적률 완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부산 동명대, 광주 조선대에서 학교 유휴 부지 안에 시니어 레지던스 조성을 위한 사업 시행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군부대 이전 부지나 노후 공공청사 등도 발굴, 개발해 민간 사업자에게 제공한다.
또 정부는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이 없더라도 임차 등으로 사용권을 확보하면 실버타운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정을 고치기로 했다. 새로 도입되는 실버스테이는 다른 공공 지원 민간임대 주택과 달리 60세 이상 유주택자도 입주할 수 있도록 입주 대상 범위를 확대한다. 정부는 수도권 공공택지 중 병원, 복지시설과 인접한 지역에 실버스테이 부지를 조성해 민간 건설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분양형 실버타운을 인구감소지역 89곳에 도입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시니어 레지던스는 노인들이 외로운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다만 도심 신축 아파트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활성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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