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논란속 소외된 650만 가상자산 투자자[기고/안성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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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희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
안성희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

정치권에서 논쟁이 뜨거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함께 곧 도입될 예정인 세금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가상자산 소득세’다. 가상자산 소득세는 가상자산의 양도 및 대여로부터 얻은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250만 원이 넘는 금액에 대해 20%의 세율로 세금을 매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는 당초 2022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과세 시스템 미비, 투자자 보호장치 미흡 등을 이유로 연기된 바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 과세는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우선 가상자산 과세는 금투세와 함께 논의돼야 할 필요가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을 주식 투자와 유사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층에게 가상자산은 주식과 같은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가상자산 투자자 가운데 20∼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고, 40대 이하 소위 ‘영리치’ 10명 중 7명은 해외주식에, 2명은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을 정도다. 금투세 유예 여부 논의 과정에서 가상자산 과세만을 논외로 둔다면 2040세대의 조세 저항은 격화될 것이다.

가상자산 과세는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는 국내 투자자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포함하고 있다. 다수의 국내 투자자들은 파생상품 거래 등을 목적으로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고 있는데, 국내 과세 당국은 해외 거래소로부터 국내 투자자들의 거래 내역과 수익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국내 거래소만 이용하는 투자자들의 거래 내역 등은 거래소를 통해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사실상 가상자산 소득세는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를 주 대상으로 한 세금인 셈이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 체계 또한 여전히 미흡하다고 말한다. 이달 19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됐지만 발행이나 공시 등 여전히 입법화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가상자산 이용자들을 위한 법적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 가상자산 과세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밖에 금투세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가상자산 소득의 결손금 이월공제 배제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과세표준 산정 기준의 명확화, 신고납부 시스템 구축 등 가상자산 과세의 안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아직 산적해 있다.

이처럼 가상자산 과세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과세한다면 원칙과 공정을 강조하는 젊은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어렵다. 금투세와 같이 가상자산 과세 제도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국내와 해외 거래소 간 과세 형평성 등 당면한 문제를 해결한 후에 과세를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이 발의되는 등 가상자산 과세 여부를 두고 국회에서의 논의가 살아나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1400만 주식 투자자를 위한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650만 가상자산 투자자를 위한 시간이다.

#금투세 논란#가상자산 투자자#가상자산 소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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