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들 이용료율 높이기 신경전
당국 압박에 “추가 검토” 없던일로
“경쟁 매달리다 신뢰 잃어” 지적
“예치금 이용료 연 4% 상향 조정을 철회하게 됐습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인 빗썸은 23일 오후 11시 58분 자사 홈페이지에 예치금 이용료율 상향 결정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오후 5시 50분 예치금 이용료율을 2.2%에서 4%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지 불과 6시간 만입니다. 예치금은 투자자가 가상자산을 사기 위해 코인거래소의 제휴은행 계좌에 넣어 두는 돈입니다. 이달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거래소는 고객들에게 예치금에 대한 이용료(이자)를 지급하는 게 의무화됐습니다.
빗썸은 이용료율 상향 철회는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은행 예금 금리를 훨씬 뛰어넘는 이용료율로 인해 시중 자금이 가상자산거래소로 몰릴 것을 당국이 우려했던 것이죠. 또 제휴은행이 아닌 가상자산거래소가 이용료를 직접 지급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빗썸은 제휴은행인 NH농협은행이 지급하는 2.0%에 얹어서 회사 잉여금을 통해 고객들에게 추가로 2.0%의 이용료를 지급할 계획이었습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24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실무자들을 소집해서 예치금 이용료율 산정 방식을 점검하는 등 창구 지도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업계는 이번 소동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과도한 경쟁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거래소들이 너도나도 이용료율 높이기에 나섰던 것이죠. 19일 업비트가 처음 연 1.3%의 이용료율을 공지하자 빗썸은 즉각 2.0%를 제시했습니다. 업비트는 2.1%로 수정 공지를 냈고, 빗썸도 연 2.2%로 대응했습니다. 코빗도 연 2.5%의 이용료율을 제시하면서 경쟁에 참전했습니다.
빗썸의 이번 이용료율 인상 철회로 거래소 간 경쟁은 일단락된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고객의 신뢰는 오히려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