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연일 피해가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실태 파악을 위한 긴급 현장조사에 나섰다. 소비자의 환불 요청이 있을 때 여행사와 같은 판매자뿐만 아니라 티몬, 위메프에도 환불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따져보기로 했다.
25일 공정위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와 위메프 별관에 조사관을 보내 정산 지연 사태 관련 현장조사를 했다. 이날 조사에서 공정위는 티몬과 위메프가 주문을 취소한 소비자에 대금을 돌려주고 있는지, 환불해주지 않은 대금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살펴봤다. 위메프와 티몬에서 물건을 파는 판매자들은 이달부터 판매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여행상품 등을 구매한 소비자들까지 환불을 받지 못하는 등 소비자 피해로 번지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를 토대로 티몬과 위메프 등 플랫폼에 소비자 보호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따져보기로 했다. 전자상거래법은 온라인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소비자가 환불을 요청하면 판매자가 3일(영업일 기준) 안에 이를 돌려주도록 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공정위는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행하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정산이 되지 않아 티몬과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대금을 갖고 있다면 플랫폼이 연대책임을 지고 환불해줘야 한다. 다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된다. 정산지연의 피해자인 여행사 등이 소비자에 대한 환불 책임까지 모두 떠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플랫폼에게 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연대책임이 인정된 사례는 없었다. 티몬과 위메프의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재무 상태가 열악해 소비자가 실제 환불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때문에 플랫폼에 소비자를 보호할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운 현행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공정위는 플랫폼이 소비자 보호 의무를 지도록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업계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의 거래 구조상 정산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어디에서 돈을 안 주고 있는지거래 실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 그 이후에 책임소재를 가려 대응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여행사 등 판매자의 피해에 대해서는 직접 구제할 수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업체에게 정산을 지연하거나 미정산하는 문제는 매우 안타깝다”면서도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긴 어렵다. 대금 정산은 금융당국에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소비자 피해 확산 차단에 최선을 다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관련해서는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한 뒤 관계부처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소비자원에 전담 대응팀을 설치, 집단 분쟁조정 준비에 착수하겠다고도 밝혔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한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담 신고는 23일 254건, 24일 1300건으로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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