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전자상거래 업체 큐텐 계열사인 티몬이 정산 지연 사태 이후 본사 건물을 폐쇄했다가, 분노한 피해자들의 현장 점거에 환불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26일 새벽 1시경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에 도착해 “위메프 대응보다 많이 지연된 점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권 본부장은 “자금 사정이 여의찮고, 결제대행사들과 관계가 좋지 못해 카드 결제 취소가 원활하지 못했다. (환불받을) 계좌 인증까지 막혀 더 많이 걱정했을 것”이라며 “모든 걸 한 번에 해결해 드리기는 힘들 것 같지만, 순차적으로 해결해 드리려고 계획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투어·여행 관련은 시점이 임박한 분들도 많아 그쪽 환불하는 부분을 정리하고 오느라 시간이 걸렸다”며 “일단 결제 계좌 인증은 좀 전에 풀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성수기이기도 하고, 많은 분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보니 일단 여행 상품 (환불)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며 “(여행 외) 다른 부분도 자금 확보 상황에 맞춰가며 취소·환불 계획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환불) 신청은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됐고, PG사(전자지급결제대행 업체)에 접수된 내용 중 투어 취소부터 처리할 계획”이라며 “늦으면 모레, 빠르면 내일부터 처리가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금 부분은 그룹사(큐텐)를 통해 준비하고 있지만 얼마나 지원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권 본부장은 티몬 홈페이지를 통해 환불 접수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장 피해자들이 “어떻게 믿고 집에 가느냐” “당장 환불해달라”고 항의하면서 새벽 2시경부터 티몬 관계자들이 현장 환불 접수를 시작했다.
오전 5시 30분 기준 현장 직원 4명가량이 지하 1층 사무실에서 이름과 전화번호, 주문번호 등을 통해 환불 신청을 받고 있다. 전날 아침부터 티몬 본사 앞에 모인 소비자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순번표에 따라 접수를 시작했다. 현재 순번표는 1000번을 넘어섰다.
전날 위메프의 경우 대표가 본사를 찾아 현장 환불을 진행하고 상황을 설명했지만, 티몬은 아예 본사 건물을 폐쇄해 피해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본사를 점거한 피해자들은 티몬 직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를 발견하기도 했다. 노트에는 티몬 미정산 금액이 5000~7000억 원에 달하며 피해 규모가 최대 1조 원대로 예상된다는 내용과 함께 ‘컨트롤타워 부재, 정상화 어려움 판단, 기업 회생 고려’라고 적혔다.
또 다른 노트에는 ‘7/15’라는 날짜와 함께 ‘정산 관련 클레임 > 공문으로 대처 전 우선 말씀드리고 실장님께 말씀’이라고 쓰여 있다. 아울러 ‘7월 말(→딜레이됨)까지 정산하려고 계획 줌 → 무조건 아님’ ‘7/22 → 취소해달라고 하면 취소해 줘 → 20% 나갔고 나머지 80% 해결 방법 하는 중’이라고 써진 노트도 있다. ‘오늘부터 환불 X’라고 적힌 메모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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