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달러에 산 엔비디아 주식, 세계 시가총액 1위여도 안 판 이유

  • 주간동아
  • 입력 2024년 7월 28일 10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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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쯤 전에 있었던 일이다.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났는데, 이 친구가 나를 보고 물었다.

“표정이 별로 좋지 않은데. 무슨 일 있어?”

“어제 주식을 팔았어. 내년 5월에 몇천만 원 정도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되네.”

미국 주식은 1년 동안 발생한 거래 수익에 대해 그다음 해 5월에 20%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250만 원 수익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는데, 그 이상 수익을 냈을 때는 세금을 내야 한다. 1000만 원 수익이 나면 150만 원, 1억 원 수익이 나면 약 2000만 원, 5억 원 수익이면 1억 원 정도를 세금으로 낸다.

“그럼 국내 주식을 하는 게 더 좋은 거 아냐?”

“미국 주식은 수익의 20% 정도를 세금으로 내는 건데, 국내 주식은 그보다 훨씬 더 세금이 많을 수 있어.”

미국 주식 양도소득세 20%

미국 주식의 양도소득세는 무조건 수익의 20%다. 그런데 한국 주식은 종목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인 주식은 수익에 대해 세금이 없다. 그러나 해외 주식 상품을 거래하는 ETF, ETN 등은 그 수익이 종합소득에 포함된다. 1년 소득이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주식시장에서 얻은 수익에 대해서 35%, 50% 세금이 부과된다. 미국 주식을 거래할 때는 그냥 그 주식이 오를지 아닐지만 고려하면 된다. 세금은 무조건 수익의 20%다. 하지만 한국 주식은 아니다. 어떤 주식을 얼마나 사느냐, 또 수익을 얼마나 올리느냐에 따라 세금이 달라진다. 따라서 한국 주식시장에서 거래할 때는 세금이 얼마 나올지를 미리 생각해가면서 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거래하다 큰 수익이 났다 해도 다음 해에 수익의 50%를 세금으로 내는 일이 벌어진다. 이것저것 따지는 거 귀찮고, 또 세세한 것에 신경 쓰기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무조건 20%를 세금으로 내는 미국 시장이 더 편하다.

친구는 또 묻는다.

“어떤 종목을 팔았는데?”

“엔비디아. 다 판 건 아니고, 일부 팔았지.”

내가 엔비디아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보통 언제, 얼마에 샀는지를 물어본다.

“한 4~5년 됐어.”

이 대답에는 좀 놀란다. 엔비디아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최근 1~2년 사이에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했다는 것을 안다. 내가 엔비디아를 매수할 당시는 엔비디아 열풍이 나타나기 전이다.

“최소 몇 배는 벌었겠네.”

이 대화를 할 때 엔비디아 주가는 120달러(약 16만 원)가 좀 넘었다. 그리고 내 엔비디아 매수 가격은 8.026달러(약 1만1000원)로 찍혀 있었다. 산 가격에서 15배가량이 올랐으니, 엔비디아 주식으로 크게 성과를 낸 것은 맞다.

올 들어 주변에서 주식 성적이 어떠냐고 물어볼 때, 나는 이런저런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한마디만 하면 됐다.

“나 몇 년 전부터 엔비디아를 가지고 있었어.”

몇 년 전에는 ‘넷플릭스를 가지고 있었어’라고 하면 더 이상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올해는 ‘엔비디아를 가지고 있었어’라고 하면 상대방은 내 주식 성과에 대해 더 물어보지 않았다. 바로 ‘좋겠다, 많이 벌었겠다’라는 말만 나온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여기서부터다. 사람들이 내가 뭔가 통찰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주식을 잘 고르고, 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미래를 예측하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물어본다.

“4~5년 전이면 인공지능에 대해 아무런 말도 없었을 때다. 그런데 그때 어떻게 그런 걸 예상했어?”

최근 엔비디아 주식 급등

최근 엔비디아는 AI(인공지능) 열풍을 타고 급등했다. 그 주가 급등의 수혜를 대부분 챙긴 나는 AI 시대가 올 걸 미리 예측하고 엔비디아 주식을 산 지혜로운 투자자다. 내가 지금 이렇게 AI 시대가 올 것을 예상했다고 떠들어대면, 아님 최소한 입 다물고 가만히만 있다면 그런 통찰력 있는 투자자 행세를 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분명히 말해 난 AI 시대를 예측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AI에 대해 그리 긍정적이지도 않다. 또 AI 시대에 엔비디아가 주목을 받으리라는 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걸 어떻게 미리 아냐.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그럼 어떻게 아무도 엔비디아에 관심이 없을 때 엔비디아 주식을 살 수 있었어?”

내가 엔비디아를 산 이유는 간단하다. 몇 년간 매출과 이익이 연 20% 정도씩 계속 오르는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단지 그뿐이다. 엔비디아에 대해 뭔가 전문적인 지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반도체 기업이라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어떤 반도체인지는 잘 몰랐다. 그래픽 전문 반도체라고 하는데, 그래픽 전문 반도체가 뭔지, 다른 반도체와 어떻게 다른지 문과생이 알게 뭔가. AI로 사용할 수 있는 반도체인지도 알 수 없었고, 앞으로 어떤 반도체가 좋아질 거라는 예측도 없었다. 예측을 하려 해도 그럴 능력 또한 없다. 내가 본 건 단순하다. 매출과 이익이 계속 오르는가. 매출과 이익이 계속 오르면 주가는 분명 오른다. 단기간으로는 왔다 갔다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분명 오른다. 내가 주식을 사는 기준은 그것뿐이고, 엔비디아는 그걸 충족하는 기업이었을 뿐이다.

친구는 또 물어본다.

“설사 예전에 엔비디아 주식을 사서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걸 어떻게 10배 넘게 오를 동안 팔지 않았어? 얼마 전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세계 1위가 될 정도로 올랐는데, 어떻게 그때도 팔지 않았던 거야? 그 정도 수익을 올리면 팔게 되어 있는데….”

여기에 대한 내 대답도 간단하다. “엔비디아의 매출과 이익이 계속 증가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주식을 사는 기준은 ‘몇 년간 매출과 이익이 계속 오르면’이다. 마찬가지로 주식을 파는 기준은 ‘매출이나 이익이 떨어지면’이다. 1년 정도는 봐준다. 하지만 1년 이상 매출이나 이익이 감소하면 판다. 매도 기준이 ‘수익률이 몇%이면’, ‘얼마를 벌면’이 아니다. 그러니 수익이 10배가 되더라도 매출과 이익이 떨어지지 않는 한 팔지 않는다. 엔비디아는 그사이 매출과 이익이 떨어지지 않았다. 세계 시총 1위가 되더라도 팔지 않은 이유다.

“그럼 이번에 왜 팔았어? 엔비디아 매출, 이익이 줄어들 거 같아?”

“엔비디아의 매출과 이익이 더 늘지, 줄지는 알 수 없어. 내가 엔비디아 주식을 판 이유는 포트폴리오상으로 문제가 있어서지. 엔비디아가 크게 오르면서 가지고 있는 주식 종목 중에 엔비디아 비중이 너무 커졌거든. 웬만하면 그냥 가겠는데, 엔비디아 비중이 너무 높아지다 보니 이건 조정이 필요하겠더라고. 그래서 일부 팔아서 비중을 좀 줄였지.”

매출, 이익에서 문제가 없어 매도할 때가 아니더라도 몇몇 종목에 올인하거나 몰빵하는 형태가 돼서는 곤란하다. 몰빵하지 않는 게 더 우선이다.

이 친구도 주식을 한다. 굉장히 오랜 시간 주식을 해왔고, 공부도 많이 한다. 반도체 기업들이 유망하다고 해서 반도체 공부도 많이 하고, 반도체 시장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다. 이 친구가 보기에 난 주식 공부를 거의, 아니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다. 반도체 기업들의 특징도 모르고, 지금 핫한 AI 수혜주들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다. 지난해 열풍이 불었던 이차전지 기업에 어떤 회사가 속해 있는지도 잘 모른다. 그러면서도 엔비디아 주식으로 큰 수익을 냈으니 이게 뭔가, 할지도 모른다.

미래에 대한 통찰력 없어도 수익 낼 수 있어

그에 대한 내 변명은 이렇다.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 과거 자료를 공부하고, 현상을 파악하고, 기업을 분석하고, 그래프를 조사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등등 열심히 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분명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자기 나름대로 투자 원칙을 마련하고 그에 따르는 것, 그 원칙대로 걷기만 하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똑똑하고 통찰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많이 아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많이 아는 것이 필요 없다. 반도체에 대해 몰라도, AI 시대를 몰라도,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이 없어도 그냥 매출과 이익이 오르는 주식을 산다는 원칙만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게 가능하다. 그럴 수도 있다는 하나의 사례로, 내가 엔비디아 주식을 산 경험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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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락 경영학 박사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50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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