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계획한 서울 재건축·재개발 분양 물량 중 약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실제 분양된 물량은 5채 중 1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재개발은 수요가 높은 도심에서 신축 아파트 공급을 담당하는 수단이지만, 현장에서는 분양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곳도 많아 공급 가뭄 현상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25일 기준 올해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 실제 분양된 물량(분양·임대 포함)은 8251채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조사한 올해 분양 계획 물량 4만5359채 중 18.2%만 실제 분양으로 이어진 것이다.
계획과 실적 간 괴리가 발생하면서 서울 핵심지 주택 공급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합 입장에서도 분양이 늦어질수록 금융비용 증가 등 부담이 커지지만 공사비 인상, 조합 내부 갈등 등으로 구체적인 분양 날짜를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이런 현장은 24곳, 2만7270채 규모로 추산된다. 해당되는 재건축 단지는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1865채)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1441채) △송파구 가락동 가락프라자(1305채) △강서구 공항동 방화5구역(1657채) 등, 재개발 단지는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2451채) △동대문구 청량리동 청량리6구역(1493채) 등이 있다. 이미 공급 부족 현상이 누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분양을 노리는 4만5000여 채 중에는 1~2년 전부터 계획 단지로 꼽혔던 곳도 있기 때문이다.
2678채 규모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2022년부터 분양 예정 단지로 꼽혔다. 하지만 공사 도중 문화재 발굴, 공사비 증가 등으로 현재까지 분양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2451채 규모 재개발 사업지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도 지난해 분양을 계획했으나 조합장 공백 사태를 겪으며 공사가 중단되는 등 사업이 지연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조1구역은 일반 분양가 책정, 내부 마감재 선정 등 아직 결정할 부분이 많아 연내 분양은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재건축·재개발로 실제 공급되는 물량도 줄고 있다. 실적률(계획 대비 실제 분양)은 2022년(연말 기준) 51.2%에서 2023년 78.5%까지 올랐다가 18.2%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률이 높았던 것은 부동산 경기 둔화로 계획 물량 자체가 적어 높게 매겨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재건축·재개발 분양 물량은 2022년 2만2746채에서 2023년 2만127채로 오히려 줄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공사비 인상분을 조합에서 부담해야 하고 강남권에는 분양가 상한제도 적용되고 있어 조합원 반발 가능성이 있다”며 “연초 계획 물량 중 연말까지 실제 분양되는 물량은 절반도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울에서는 신도시 조성과 같은 대규모 택지 사업이 불가능해 신축 아파트 상당수가 정비사업으로 공급된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주요 사업지에서 공사비 갈등이 불거지며 공급 부족 위기감이 커진 상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서울 신축 아파트 10채 중 8채 이상이 재건축·재개발로 공급되는 만큼 조합 갈등 관리는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최근 서울시에서도 개별 조합에 갈등 관리 코디네이터를 파견하는 등 중재에 나서고 있다. 법률·세무·회계 등 각 분야 전문가를 파견해 원활하게 공급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검증 실효성을 높여 갈등을 최소화하고 도심 내 공급량을 안전하게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학우 하나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는 “시공사에서 실제 매입가가 담긴 매입 전표나 계약서가 아닌 견적서만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에서 이런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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