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량 예보조차 무의미해진 ‘기후 위기(Climate crisis)’ 시대다. 이달 10일 오전 2시경 강우가 전북 군산시에 유입돼 충남과 대전에 많은 비를 뿌리며 올해도 어김없이 신기록을 남겼다. 해당 기간 전북 익산시에는 500년 빈도를 상회하는 시간당 142mm의 물 폭탄이 쏟아졌으며 군산시에는 200년 빈도를 상회하는 시간당 115mm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심지어 군산 어청도에는 시간당 146mm라는 한국 기상 관측 사상 최고치 폭우가 내렸다.
한편 지난해에는 영산강, 섬진강 유역에서 나타난 5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무려 227일 동안 물 부족이 발생했고 여수국가산단으로의 물 공급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뻔했다.
강수량에 대한 미래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우리나라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강수량은 더욱 증가하고 강수일수는 감소해 극한 홍수와 가뭄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기후위기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쟁이 아닌 정책의 관점에서 긴 호흡의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과거 경험과 수치에만 의존하지 말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도록 물 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
우선 극한 홍수에도 댐이 제 기능을 유지하도록 댐의 구조적 안전성을 강화하는 등 기존 물그릇을 정비하고 해수 담수화, 물 재이용 활성화, 지하수 댐 개발 등 대체 수자원 확보에도 노력해야 한다. 농업용 저수지와 수력발전댐 등 특정 용도 위주로 활용되는 물 공급 시설 전반을 재평가하고 가능한 경우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댐도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고 여름철에 강수가 집중되는 지형·기후 특성상 댐이 홍수 조절과 용수 공급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나 2010년대 중반 이후 국가 주도의 댐 건설이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앞으로 더 큰 홍수와 가뭄이 발생했을 때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 댐은 계획부터 준공까지 10년 내외의 장기간이 소요되므로 큰 문제가 터진 이후 건설하고자 할 때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된다.
다만 신규 댐 건설을 추진할 때는 댐이 갖는 수변 경관 가치를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여 댐으로 인해 지역이 낙후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더욱 발전하는 상생전략 마련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던 지난해를 지나 올해도 지구촌 곳곳에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일상화된 기후위기 시대, 물 관리 인프라에 대한 관심과 투자에 국가는 한 치의 소흘함도 없어야 한다. 안전은 아무리 대비해도 지나침이 없으며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선제적·예방적 투자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기후위기에 대비한 근본적 물 관리 정책이 적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올여름 부디 비로 인해 국민 안전이 위태로워지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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