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대표, 29일 입장문서 "그룹 차원서 펀딩과 M&A 추진 중"
2년새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 5개 인수하는 등 M&A로 사업 확대
사재 내놔도 피해 수습 위한 자금 확보는 쉽지 않을 전망
구영배 큐텐 대표가 티몬·위메프 사태 해결에 대해 내놓은 입장문에서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해석을 두고 업계 의견이 갈리고 있다.
구 대표가 입장문 말미에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데다 그가 그동안 M&A를 주력으로 사업을 키워왔기 때문에 향후 사업 재기를 위해 M&A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입장문이 사태 해결에 대한 내용을 담은 만큼 지분 판매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구 대표는 29일 입장문을 내고 “큐텐은 양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양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큐텐은 현재 그룹 차원에서 펀딩과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입장문 마지막 부분에서 구 대표가 사업을 지속하고 싶다며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는 “2010년 G마켓 매각 후 ‘아마존과 알리바바에 견줄 수 있는 글로벌 디지털커머스 플랫폼 구축’이라는 비전을 갖고, 큐텐(Qoo10)을 설립해서 14년간 전심 전력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큐텐과 저는 여러 가지 난관에도 봉착했고, 존폐 기로의 역경도 여러 번 극복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로 인해서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더 높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은 솔직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에 구 대표가 밝힌 M&A가 미정산 사태 해결을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방안인지 향후 사업 기반을 위한 수단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구 대표는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몸집을 불리고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M&A를 다수 추진해왔다.
큐텐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위시 ▲AK몰 등 2년새 5개의 굵직한 이커머스 플랫폼을 차례로 인수했다.
특히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을 인수할 땐 현금을 투입하는 대신 큐텐홀딩스의 주식을 넘기고, 피인수 회사의 지분을 받는 방식을 활용했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무리한 인수를 추진한 이유로 다수 이커머스 플랫폼의 물류를 모두 큐익스프레스가 전담하게 하고, 사업성을 높여 나스닥에 상장시키려는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런 무리한 몸집 불리기가 결국은 이번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큐익스프레스 상장을 통한 대규모 투자를 염두에 두고 인수를 추진했지만, 티몬과 위메프 등 실적과 현금흐름이 상장까지 버티지 못하면서 판매자들에 대한 정산을 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입장문 자체가 사태 해결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구 대표가 언급한 M&A는 보유 지분 판매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구 대표가 M&A를 기반으로 사업을 키웠지만 지금 상황에선 다른 업체를 사는 것은 어려울 것이고, 지분이나 계열사를 팔겠다는 얘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티몬과 위메프 미정산액 규모는 21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주기는 약 두 달로, 오는 8월과 9월엔 각각 6월과 7월의 정산금이 지급돼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가 점차 커지자 구 대표는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사재를 출연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구 대표는 “저는 제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이번 사태 수습에 사용하도록 하겠다”며 “큐텐과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한 경영상 책임을 통감하며, 그룹 차원에서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제 개인 재산도 활용해서 티몬과 위메프 양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큐익스프레스가 나스닥 상장 상태가 아니어서 구 대표의 보유 지분만으론 당장 피해 금액을 모두 책임질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구 대표가 보유한 큐텐 지분을 매각할 수 있을지조차 가늠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겠지만, 큐텐 자체적으로 피해를 수습할 만한 자금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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