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위메프가 모바일 이커머스 경쟁에서 쿠팡·네이버 등에게 밀린 뒤 큐텐과 손을 잡고 재기를 꿈꿨으나 악화한 재정 상황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티몬과 위메프의 주요 주주였던 사모펀드(PEF)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회사 지분을 큐텐에 넘겨주면서 큐텐의 지분과 채권을 받는 거래를 했는데요. 이 이유에 대해서도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 듯합니다. 큐텐은 왜 적자 회사인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했을까요. 또 이들이 큐텐과 지분·채권 교환을 통해 기대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큐텐은 지난 2022년 티몬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1위 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홍콩계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보유한 회사 지분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큐텐의 지분을 제공했습니다. 2023년에 위메프를 인수하면서는 주요 주주인 IMM인베스트먼트 등에 큐텐의 채권을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KR, 앵커에쿼티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는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대형 PEF로 수익률을 최우선 순위로 삼습니다. 그런 이들이 현금 대신 큐텐의 지분을 받고 회사를 판 것은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입니다.
티몬이 큐텐에 매각됐던 2022년, 회사는 1527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고,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6386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습니다. 위메프도 회사가 팔렸던 2023년에 영업손실 1025억 원,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2398억 원이었습니다. 역시 완전 자본 잠식이었죠.
두 회사는 매각 당시에도 좀비 상태였습니다. 실제 티몬은 회사 매각 전에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장래 매출 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기도 했습니다. 장래 매출 채권은 미래에 발생하는 회사의 매출을 담보해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투자 업계에서는 최후의 수단이라고까지 보고 있습니다. 매각도 시도해 봤지만 인수자는 없었습니다. 문 닫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 큐텐에 회사를 넘긴 것입니다.
PEF들이 큐텐에 회사를 넘기면서 기대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로 손실 인식 시점을 미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티몬과 위메프가 망하더라도 투자 손실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큐텐의 지분 및 채권으로 바꿨기 때문입니다. 즉, 큐텐이 망하기 전까지는 투자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큐텐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존재입니다. 사실 PEF들 입장에서는 큐텐도 똑같은 이커머스 회사로 믿음직스럽진 않았습니다. 다만 큐익스프레스는 물류업체로 꼬박꼬박 수익이 발생하는 회사입니다. 큐익스프레스가 나스닥에 상장한다면 채권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고, 큐텐의 주식 가치도 상승할 수 있다고 기대한 것이지요.
큐텐도 PEF와 비슷한 생각을 한 듯합니다. 이커머스보다는 큐익스프레스를 키우자는 전략 말입니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 인수 후 AK몰, 인터파크커머스, 미국의 위시까지 회사를 연이어 인수했습니다. 시장 점유율을 높여 규모의 경제를 키운다는 전략이라고 했지만, 실제 통합 작업은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연이은 인수합병(M&A)은 결국 큐익스프레스의 물동량을 늘려 상장하겠다는 의도가 짙다고 해석했습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신세계의 이베이 인수 등 다수의 이커머스 M&A 결과를 볼 때 시너지 효과를 내기 힘들다”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이트 통합, 회원 통합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커머스 이용 고객이 겹치기 때문에 통합해봤자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티몬과 위메프가 파산에 이를 수 있는 상황에서 큐익스프레스의 상태는 어떨까요. 한 내부 관계자는 “큐익스프레스의 물량 중 70%가 외부 물량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인해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 사태가 발생하자, 입장 발표에 앞서 큐익스프레스 대표에서 물러났습니다. 상장 시 혹시나 있을 위험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과연 티몬, 위메프 사태에서도 큐텐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PEF들도 자금 회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큐익스프레스 상장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큐익스프레스는 현재 글로벌 IB인 골드만삭스를 선임해서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