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2법’ 4년… 전셋값 급증 우려
2년전 계약 연장 당시 5%에 묶여… 집주인들 신규 계약 앞 “시세대로”
서울 10개단지 호가 평균 17%↑… 강남3구 가격 격차 상대적으로 적어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 아파트는 준공 30년이 넘었지만 지하철역과 가깝고 소형 평수가 많아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 전세 수요가 몰리는 단지다. 29일 기준 전용면적 50㎡ 전세 매물 15채의 평균 호가는 3억2666만 원이다. 2년 전 이 단지에서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전세 계약 11건의 평균 거래가(2억5595만 원)의 약 1.3배 수준으로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넘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달 31일 ‘임대차2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요구권)’ 도입 4년을 맞으면서 전셋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신규 계약을 맺고 계약을 2년 연장한 전세 매물이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릴 예정이다. 2년 전 계약 연장 당시 전셋값을 5%밖에 올리지 못했던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을 앞두고 전셋값을 시세 수준으로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임대차2법 시행 직후인 2022년 8월 1∼31일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전세 계약 거래가 많은 서울 아파트 10개 단지의 평균 거래가와 평균 호가를 비교했다. 호가는 이날 포털 사이트에 게시되어 있는 매물 가격을 활용했다. 그 결과 10개 단지 모두 호가가 2년 전 거래가보다 높게 형성돼 있었다. 10개 단지의 가격 격차는 평균 16.7%였다.
이 가운데 5개 단지 호가는 2년 전 거래보다 20% 넘게 올랐다. 서울 양천구에 있는 3045채 규모의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 전용면적 84㎡는 2년 전 평균 4억9933만 원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면적의 전세 물건 호가는 현재 5억9000만 원에서 7억 원대에 형성돼 있다. 2년 전 대비 27.3%나 오른 가격이다. 서울 노원구 ‘미륭미성삼호3차’ 전용면적 51㎡의 평균 호가는 2억3576만 원으로, 2년 전 거래가(1억8765만 원)보다 25% 넘게 올랐다.
반면 서울에서 주거 선호도가 높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과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 단지의 가격 격차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2년 전 갱신 가격 평균 7억707만 원에서 현재 호가는 8억392만 원으로 13.7%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송파구 ‘파크리오’와 서초구 ‘서초포레스타3단지’의 호가는 2년 전 대비 각각 3.5%, 2.4% 오르는 데 그쳤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재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집주인들이 시세대로 전셋값을 올리고 있다. 임대차2법이 전셋값 상승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런 증폭 효과는 금리 민감도가 높은 서울 외곽 지역에서 더욱 크다”고 말했다. 전셋값이 저렴한 지역일수록 전세자금 대출 의존도가 높은 사회초년생이나 서민 전세 수요가 몰리다보니, 금리 변수에 따른 가격 변동 폭이 크다는 뜻이다.
임대차 2법이 억눌렀던 전셋값이 시세를 회복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문제는 이런 현상이 앞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주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5월 넷째 주 이후 1년 2개월 넘게 오르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가 집계한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6645개로, 2년 전(3만1909개)보다 19.7% 감소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차2법 때문에 과거처럼 전셋값이 급등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더 큰 변수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다. 올해는 그나마 입주 물량이 있었지만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내년에는 전셋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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