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글로컬 상권 프로젝트’
수원-전주 등 민간 사업자 8곳 선정… 컨설팅 등 지역당 최대 55억 원 지원
역사-문화 살린 특색있는 거리 조성… 장기체류 인구 늘려 지역 소멸 방지
“우리 동네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가게가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런 브랜드가 (유명 빵집인) 대전 성심당처럼 성장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동네를 찾게 될 것입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 인근 문화공판장 작당에서 개최된 ‘글로컬 상권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했던 말이다. 글로컬 상권은 국제적인 규모를 뜻하는 ‘글로벌’과 지역 특색을 반영한 ‘로컬’을 합성한 말이다. 동네 상권을 외국인들이 찾아올 정도로 성장시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해 대전 성심당이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대기업인 파리크라상을 영업이익에서 앞선 것처럼, 앞으로 동네마다 성심당 같은 지역별 특색을 담은 ‘앵커 스토어’를 발굴, 육성해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까지 지역 상권으로 끌어들이는 게 목표다.
중기부는 올 4월부터 신청을 받아 6월에 글로컬 상권 3곳과 로컬브랜드 상권 5곳 등 8곳을 선정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컬 상권 사업이 무엇이고 이번에 어떤 곳들이 선정됐는지 자세히 알아봤다.
● ‘관계 인구’ 늘려 동네마다 스타 상권 배출
글로컬 상권은 기본적으로 민간의 주도로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사업이다. 지역에 있는 민간 사업자(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동네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마련해 지원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우수 지역 팀을 선정한 뒤 지원해 준다.
상권을 살리는 방법은 동네마다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A지역은 해당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부각시켜 거리 전체의 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 B지방은 그곳에만 있는 자연 환경을 무기로 상권 활성화에 나설 수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민간이 각 지역만의 특성과 매력을 살려 추진하고 공공이 도와주는 것이 핵심이다.
중기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소멸우려 지역의 ‘관계 인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관계 인구는 해당 지역으로 완전히 이주하거나 정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장기 체류하면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상권을 방문하는 국내외 관광객도 모두 관계 인구에 속한다. 전국 기초지자체 228곳 중 절반에 가까운 105곳에 달하는 소멸우려 지역의 거리 상권이 되살아난다면 관계 인구가 늘어나게 된다. 송인방 경상국립대 창업학과 교수는 “지역 상권에 국내외 관계 인구를 유입시켜 지역 소멸을 방지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정책이 신선하다”며 “지방대도 여기에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기부는 스타 기업 탄생으로 인해 지역 상권이 되살아난 대표적인 경우로 성심당 외에 글로벌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를 꼽기도 했다. 오 장관은 “스타벅스도 미국의 한 전통시장에서 시작한 브랜드”라며 “스타벅스 1호점은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생겨나는 ‘○리단길’ 역시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글로컬 상권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 지역 쇠락 극복의 ‘모범사례’ 될 8곳
올해는 글로컬 상권 3곳(경기 수원시, 전북 전주시, 경남 통영시)과 로컬브랜드 상권 5곳(제주 제주시 구좌읍, 강원 양양군, 충북 충주시, 강원 강릉시, 경북 상주시) 등 8곳이 정부의 지원 대상이 됐다. 글로컬 상권은 세계인이 찾을 수 있는 매력적인 상권 발굴에 로컬브랜드 상권은 골목상권 브랜드화에 사업의 방점이 찍혀 있다. 8곳 대부분이 쇠락한 구도심에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입혀 새로운 경쟁력을 지닌 거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복안을 담았다.
수원에서는 팔달구 행궁동 일대에서 ‘신도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이른바 ‘행리단길’로 불리는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성곽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다. 공존공간을 대표 기업으로 449개 점포가 뭉쳐 자체 홈페이지를 만들고 축제를 열 계획이다. 또 매거진 ‘요새’를 출간하고, 숙박 시설이 부족한 현재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신도시 호텔’을 건립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김현수 수원시 제1부시장은 “행궁동 상권이 글로컬 상권 창출 사업으로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상권으로 발돋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주에선 ‘전주 글로컬 소셜 클럽’이 글로컬 상권에 선정됐다. 완산구 중앙동과 풍남동 등 전라감영을 중심으로 한 전주 원도심 상권을 글로벌 테마 상권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상권 내에 팝업 커뮤니티를 만들고 인근에 있는 전주 한옥마을과 영화의 거리, 웨딩거리 등을 연결해 외국인까지 유치하는 게 목표다.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양경준 크립톤 대표는 “전주 웨딩거리가 쇠락했지만 지역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이 공간에서 오히려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드는 중”이라며 “쇠락 상권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통영은 ‘글로벌 크리에이터 타운 바다의 땅 통영’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로컬스티치를 대표 기업으로 삼고 항남동 일대를 세계적인 워케이션(Workation·휴가지에서 일하는 것)의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항남동 일대가 구도심일 뿐 아니라 바다와 남망산으로 둘러싸인 수려한 자연환경을 가진 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지역 살리기가 주된 목적인 로컬브랜드 상권에는 △모모마을 세화리(대표 기업 카카오패밀리·지자체 제주시) △하리포니아, 파티 올데이(라온서피리조트·강원 양양군) △한국의 포틀랜드를 꿈꾸는 WE, 관아골(보탬플러스·충북 충주시) △강릉 로컬발전소(더루트컴퍼니·강원 강릉시) △함창명주리브랜딩컨소시엄(아워시선 주식회사·경북 상주시) 등 5곳이 선정됐다.
● 선정되면 한 곳당 최대 55억 원 지원
글로컬 상권에 선정되면 한 지역당 최대 55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중기부는 해당 상권 내 소상공인 발굴과 육성에 필요한 교육, 컨설팅, 사업화 자금 등 최대 49억5000만 원을 지원한다. 각 지자체는 1, 2년 차에 상권 브랜딩 확장 등을 위한 지방비 최대 5억5000만 원을 지원한다. 글로컬 상권 사업에는 사업 주무를 맡는 로컬 크리에이터 외에 3개 회사 이상으로 구성된 팀이 지자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지원할 수 있다.
글로컬 상권은 지역 상권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기부의 직접 지원 외에 각 지자체의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 직접 지원으로는 △지역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한 ‘로컬 비즈니스 확장’(2억5000만 원) △아이템 발굴을 위한 ‘장인학교’(2억5000만 원) 등이 있고 간접 지원으로는 △동네 상권 발전소(1억 원) △동네 상권 컨설팅(2억 원) △지역기반형 협동조합(3억 원) △신사업 창업사관학교(1억5000만 원) 등이 있다.
정부가 지역 거리 활성화를 위해 이런 지원을 하는 것은 가팔라지는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서다. 오 장관은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기존 정책과 차별화된 새로운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글로컬 상권 육성 프로젝트가 그 첫 시도”라고 말했다. 또 “지역 특유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동네 상권을 글로벌한 매력을 가진 글로컬 상권으로 변화시켜 지역을 다양한 경제적 가치를 가진 곳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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