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해 軍작전구역 3마일 축소 협의 중…하늘길 넓어지는 인천공항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31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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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공군과 국토교통부가 인천국제공항 인근 서해 하늘 군작전구역(MOA)을 일부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항기가 다닐 수 있는 하늘길을 지금보다 더 넓히기 위해서다. 하늘길이 넓어져 민항기 운항이 더 늘어나면 인천공항은 공항 수용 능력 기준 세계 3위 공항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군과 국토부는 서해 북부 MOA 가운데 R88이라고 이름 붙여진 구역의 3마일(약 4.8㎞)을 줄이기로 하고 최종 조율 중이다. 넓이로는 약 576제곱킬로미터(㎢)다. 인천공항 수용 능력을 확대하고 이용객 편의를 증대시키기 위해 민항기가 오가는 하늘길을 더 넓혀야 한다는 항공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조치다.

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 이후 단계적인 개발 계획에 따라 확장 사업을 진행 중이다. 10월 말 제4 활주로 신설과 인천공항 제 2터미널 확장 등을 포함한 4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면 연간 1억60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공항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공항이 커지고 있는 반면 하늘길은 여전히 좁다는 문제가 있었다. 인천공항 북쪽으로는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는 MOA 등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공항이 확장돼서 이용객을 많이 수용할 기반을 다진다고 해도 하늘길이 넓어지지 않으면 비행기가 많이 오가지 못한다. 공항 정체 현상도 벌어질 수 있다. ‘연간 이용객 1억 명 시대’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게 항공업계의 우려다.

현재 인천공항은 시간당 항공기 75대를 관제할 수 있다. 연간 처리 가능 여객수는 약 7700만 명 수준이다. 항공업계는 시간당 80~85대를 관제할 수 있어야 이용객 1억 명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국토부와 항공업계는 2019년부터 공군에 MOA 일부를 줄여달라고 요청해 왔다. 당초 공군 측은 “군사 작전 및 훈련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논의 끝에 축소를 결정했다. 공군이 인천공항을 이유로 MOA를 조정하는 건 2004년 한중 항로 복선화 이후 약 20년 만이다.

이번 MOA 축소로 인천공항은 시간당 최대 85대까지 관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연간 이용객이 1억6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항 수용 능력 기준 세계 7위였던 인천공항이 이스탄불 공항과 두바이 공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공항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공항 안전과 이용객 편의도 증대될 전망이다. 인천공항에 항공기 수십 대가 몰려서 들어오면 항공기들은 공항 인근 하늘에서 대기 해야 한다. 하늘길이 넓어지면 항공기가 안정적으로 빠르게 드나들 수 있게 돼 하늘길 혼잡이 줄어든다. 많은 항공기가 취항하면 노선도 다양해진다.

공군 관계자는 “인천공항 인근 공역의 혼잡도와 군사 작전 및 훈련 상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MOA의 효율적 운영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30년 국제 여객 1억3000만 명’ 달성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축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시간당 100대를 관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연간 1억3000만 명 시대가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MOA는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며 시대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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