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정의에 역행하는 최대주주 할증평가[기고/이중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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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는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가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최대주주 할증평가는 최대주주 보유 주식을 상속받을 때 주식 가치의 20%만큼 할증해 상속세를 매기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최대주주 보유 주식의 주식 가치가 10억 원일 경우 이를 상속하면 여기에 20%를 더한 12억 원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내야 한다.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는 일반적으로 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최대주주 할증평가는 기업의 최대주주가 항상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는 점과 최대주주가 누리는 경영권 프리미엄의 가치는 모든 기업이 똑같이 주식 가치의 20%라는 점 등 2가지를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은 몇몇 기업의 실태만 조사하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의 가치는 회사 규모와 업종, 경영실적, 자본 및 부채 구조, 지분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으므로 회사별로 편차가 크다. 어떤 기업의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세무 전문가들이 획일적인 최대주주 할증평가가 실질과세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와 같은 할증평가를 제도화한 국가는 드물다.

정부는 상속세 제도를 합리화하기 위해 꾸준히 법령을 개정했다. 1993년 제도를 도입했을 때에는 일률적으로 10%의 할증률을 적용하였다가 지분에 따라 30%와 20%의 할증률을 차등 적용했다. 그 후 2020년 큰 폭의 개편을 했는데 일반기업은 지분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20%의 할증률을 적용하고 중소기업은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했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는 일반기업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를 포함시켰다.

일각에서 이야기하듯이 기업의 경영권 프리미엄의 가치를 정확히 산정할 수 없다는 것이 획일적 할증평가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는 없다. 이런 할증 제도는 필연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과대평가되는 자와 과소평가되는 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과대평가되는 자는 상속받은 재산보다 더 많은 상속세를 내고, 과소평가되는 자는 반대로 더 적은 상속세를 내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조세 정의에 맞지 않는다.

누구나 상속받은 재산의 가치에 상응하는 상속세를 낼 수 있도록 설계돼야 이상적인 제도다. 개별기업의 경영권 프리미엄 차이를 애써 외면한 채 무조건 20%의 할증률을 적용하는 현재의 최대주주 할증평가는 실질에 맞지 않고 과세 불공평을 초래하므로 폐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획일적 최대주주 할증평가는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상속세 부담을 가중시켜 원활한 가업승계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만일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다면 개별기업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해 주식평가에서 반영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대주주#할증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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