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식 시장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증시에 유입되는 자금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자금이 더 이탈하며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54조6592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3조6513억 원(6.26%)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 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금액이나 주식을 팔고 난 뒤 찾지 않은 잔금이다. 일종의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을 가져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 불어나고 냉각되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이 같은 예탁금 급감은 최근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높은 가운데 국내 주식 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한 달여 동안 개인투자자가 코스피에서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 중 18개 종목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SK하이닉스였는데 이들의 평균 매수가(19만9534원)를 2일 주가(17만3200원)와 비교하면 수익률은 ―13.20%였다. 이 밖에 한미반도체(―40.02%), 에이피알(―28.12%) 등에 투자한 개인들도 손실이 컸다.
시장에서는 미국 고용지표 부진으로 2일 ‘검은 금요일’을 연출하며 폭락한 국내외 증시가 당분간 하락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스피는 고점 대비 10% 내외 하락할 것”이라며 “시장이 단기 바닥을 향해 가고 있는 만큼 눈높이를 낮추고 업종 중심 대응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섣부르다는 의견도 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몇 개 지표만으로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며 “최근 미국의 실업률 상승은 경제활동인구 편입에 따른 것이지 해고나 영구실직 영향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결국 다음 달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얼마로 결정될지가 글로벌 증시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0.5%포인트 한꺼번에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다면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며 증시가 부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남은 3차례(9, 11, 12월) FOMC 회의에서 1.0∼1.5%의 기준금리 인하까지 반영될 수도 있다”며 “9월 회의까지 금리와 주가의 변동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