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6월까지 걷힌 법인세가 정부가 예상했던 세수의 4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1∼6월) 기준으로 가장 더딘 속도다. 정부는 이달부터 시작되는 법인세 중간예납으로 법인세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 지난해 적자를 냈던 기업은 손실을 반영해 세금이 줄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6월 법인세 수입은 1년 전보다 16조1000억 원(34.4%) 줄어든 30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법인세 진도율은 39.5%에 그쳤다. 정부가 올 한 해 걷힐 것으로 예상한 전체 법인세수는 77조7000억 원인데, 6월까지 예상치의 39.5%밖에 걷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관련 통계가 확인되는 2014년 이후 가장 낮다.
통상 법인세는 기업들이 직전 연도 실적에 대해 세금을 내는 3∼5월에 연간 예상치의 60% 정도가 걷힌다. 하지만 지난해 적자를 냈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올 상반기에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 진도율이 40%에도 못 미쳤다. 56조 원 세수 결손이 난 지난해에는 상반기 법인세 진도율이 44.5%였다.
대부분 기업들은 올 상반기 실적에 대한 세금을 8, 9월 미리 내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중간예납이 이뤄지는 이달을 기점으로 법인세 수입이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중간예납분 세금을 매길 때 지난해 적자를 본 기업에 대해선 지난해 결손금을 일부 빼주는 점이 변수다. 상반기 기업 경기 호조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수는 기대만큼 걷히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전체 세수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세 실적에 빨간불이 켜지며 국세 수입도 타격을 입고 있다. 6월까지 국세 수입은 1년 전보다 9조9800억 원(5.6%) 줄어든 168조6000억 원이었다. 올 한 해 예상치의 45.9%에 해당해 최근 5년 평균 진도율(52.5%)보다 7%포인트 가까이 낮다.
지방세수 역시 기업 실적 악화로 비상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지방세 진도율이 지난해보다 하락한 곳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모두 10곳이었다. 지난해 기업 실적이 부진하면서 법인이 내는 지방소득세까지 줄어든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은 6월까지 지방세를 11조 원 걷어 올해 예상치(약 28조4000억 원)의 38.9%를 걷는 데 그쳤다. 지난해보다 1.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경기도 역시 상반기 진도율이 44.2%로 1년 전보다 2.7%포인트 하락했다. 전남의 경우 올해 진도율이 48.7%로, 1년 전보다 7.5%포인트나 떨어져 감소 폭이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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