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넘어 무공해 제련시대로”… 고려아연,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로 ‘녹색제련소’ 실현

  • 동아경제
  • 입력 2024년 8월 5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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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트로이카드라이브 어디까지 왔나
20년 전부터 온실가스 감축 노력
트로이카드라이브 일환 신재생에너지사업 전개
호주 거점 그린수소사업 추진 중
창립 50주년 맞아 ‘녹색제련소’ 구현 박차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지난 1일 창립 50주년을 맞은 고려아연이 친환경 ‘녹색제련소’ 구현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실 고려아연의 녹색제련소 프로젝트는 신성장 동력인 ‘트로이카드라이브’의 시작점으로도 볼 수 있다. 트로이카드라이브 전략을 가동하기 훨씬 이전인 1990년대부터 고려아연은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고 제련 잔재물을 자원화하는데 성공했다. 고려아연이 ‘굴뚝산업’의 환경문제가 전 세계 산업계가 대응해야할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친환경 제련사업 추진에 눈을 뜬 것도 이 시기다.

이후 지난 2021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전격적으로 트로이카드라이브 전략을 발표하면서 녹색제련소 로드맵이 구체화됐다. 지금처럼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가 아닌 직접 생산한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 활용해 제련소를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궁극적으로 탄소중립 실현과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여기에는 비용 절감의 묘수도 포함된다. 직접 에너지를 생산해 전기료 인상 등 외부 요인에 의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고려아연 탄소중립 노력 20년… ESS부터 LNG발전소까지
온실가스 감축 등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고려아연의 노력은 벌써 20년이 넘었다. 고려아연은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빠르게 친환경 경영을 추진한 제련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2003년 정부 주도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자발적 협약’에 참여한 이후 2008년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2024년 에너지 및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도입, 2015년 배출권 거래제 등 에너지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2018년 4월에는 온산제련소에 에너지저장장치(ESS)센터를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갔다. 이 ESS센터의 전력 저장용량은 약 4만5000명이 하루에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고려아연은 야간 전력을 ESS에 충전한 뒤 주간 조업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였고 연간 200억 원 이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누렸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LNG복합화력발전소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LNG복합화력발전소
ESS센터 도입 및 가동에 이어 LNG복합화력발전소 조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석탄이 아닌 천연가스로 가스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고온의 배기가스는 보일러를 돌려 증기터빈과 발전기를 활용해 전력을 2차로 생산하는 설비다. 석탄발전보다 효율이 우수하고 환경에 친화적인 발전 설비로 볼 수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전력 소비 순위가 10위권에 드는 기업”이라며 “원료를 제외한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 비중이 매우 커서 에너지 자립은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필수적인 조치였고 환경문제 해소를 위해서도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프로젝트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8년 당시에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상황이었고 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였다. 고려아연 LNG복합화력발전소는 2021년 5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ESS센터와 마찬가지로 연간 약 200억 원 이상 비용을 절감하면서 전력단가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까지 확보한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추세에 맞춰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됐다.

다른 기업보다 빠르게 비용 절감과 환경문제 대응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 글로벌 친환경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면서 고려아연의 자체적인 친환경 방향성이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고려아연 신재생에너지 개발 전진기지 '호주'
고려아연 녹색제련소 프로젝트의 거점은 우리나라와 약 7000km 떨어진 ‘호주’로 볼 수 있다. 호주는 전 세계에서 양질의 햇빛이 가장 풍부한 지역이다. 넓은 대지와 풍부한 바람도 갖춘 곳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최적화된 지역인 셈이다. 고려아연은 1996년부터 호주 자회사 SMC(썬메탈)를 운영해왔다. 호주의 풍부한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최적 사업장이기도 하다. 그렇게 2018년 4월 고려아연은 SMC를 통해 125메가와트(MW)급 태양광발전소를 완공했다. 당시 호주 최대 규모 태양광발전소로 지어졌다. SMC에 필요한 전력 약 25%를 태양광발전으로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고려아연 아크에너지 풍력발전 사업
고려아연 아크에너지 풍력발전 사업
내친김에 고려아연은 2021년 호주 현지 신재생에너지 전문 업체인 아크에너지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그해 현지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의 지분 30%를 확보하고 올해 4월에는 최종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해당 투자로 세계 최대 규모 풍력발전소로 조성될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의 발전용량(총 923MW) 중 30%를 고려아연이 확보하게 됐다. 상업운전은 내년 하반기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향후 SMC는 태양광발전소와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를 활용해 연간 사용 전력의 3분의 1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게 된다. 화석연료를 직접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서 녹색제련소 실현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는 평가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전 세계가 탈탄소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고려아연은 화석연료를 직접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 경쟁력 확보를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속도보다 방향”… 보다 먼 미래까지 내다보는 ‘고려아연 수소사업’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그린수소’는 고려아연 트로이카드라이브의 한 축으로 꼽힌다.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 합쳐 한 개 축으로 말한다. 태양광·풍력과 함께 수소 역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낙점한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하고 이를 통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고려아연은 말한다. 일반적인 수소와 차별화된 그린수소라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전기분해는 고려아연 제련사업의 ‘근본’기술로도 볼 수 있다. 그린수소사업을 위한 기술을 꽤 오래전부터 보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다만 고려아연은 호주 현지에서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사업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부지 선정부터 주민동의와 정부 인허가 등 사업 추진 과정에서 많은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봤다. 최윤범 회장은 아크에너지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개발 전문 업체를 모색했고 2021년 12월 에퓨론(Epuron)을 인수했다. 다른 업체와 입찰경쟁을 벌인 끝에 따낸 성과였다.
고려아연 썬HQ(SunHQ) 구상도
고려아연 썬HQ(SunHQ) 구상도
에퓨론은 호주 전역에서 15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전문 업체로 현지 위상이 독보적인 업체라고 한다. 고려아연은 아크에너지와 에퓨론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호주에서 연간 50만 톤 규모 그린수소를 생산해 현지 5위 수소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 일환으로 작년 11월에는 그린수소 실증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생산·충전시설 ‘썬HQ(Sun Hydrogen Hub)’을 착공했다. 미래 수송수단으로 꼽히는 수소연료전지트럭의 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시설이다.

여기에 고려아연은 호주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국내에 들여와 활용하기 위한 밑그림도 그렸다. 이를 위해 2022년 한화임팩트, SK가스 등과 ‘한국-호주 수소 컨소시엄’을 결성했고 지난해에는 미국 아모지(Amogy)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수소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발전 이후를 고려한 조금 더 먼 미래”라며 “하지만 수소 활용에 대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조금씩 수소 관련 사업을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넘어 ‘녹색제련소’… 1990년대에 시작된 고려아연 친환경 프로젝트
고려아연의 친환경 에너지 확보 노력은 결국 제련업계의 꿈으로 볼 수 있는 녹색제련소와 맞닿아 있다. 방대한 양의 전기를 사용하는 제련소가 친환경 에너지로만 가동된다면 회사뿐 아니라 국가 탄소중립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다.

신재생에너지로 돌아가는 제련사업장과 폐배터리 등 폐기물을 재활용해 원료로 사용하는 제련공정이 융합되면 녹색제련소는 현실이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1990년대 ‘반응열원공급관(TSL, Top Submerged Lane)’공법을 개발·도입해 제련소 운영에 구조적 문제를 안긴 잔재를 클린 슬래그로 만들어 시멘트 원료와 건설 자재로 공급했다. 해당 공법은 환경부로부터 친환경 대상을 받은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친환경 제련소를 넘어 녹색제련소를 향한 고려아연의 프로젝트는 지금보다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 셈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친환경 사업과 기술을 지속 발전시켜 가면서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기반 녹색제련소를 반드시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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