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식품 선호, 밀가루 소화 장애 소비자 안성맞춤
가루쌀, 밀가루 대체 빵·면·과자류 가공산업 확대 동력
농식품부 지원, 42개 제품 개발 '가루쌀' 가능성 확인
생산량이 소비량을 앞질러 빚어진 ‘쌀 과잉 재고’ 문제를 해소하고 수입 밀가루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는 ‘가루쌀’이 다양한 가공 식품화를 통해 가치소비에 주목하는 MZ세대를 손짓한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가루쌀은 일반 쌀처럼 재배하고 전분이 둥글고 성글어 가루를 내기에 쉬운 새로운 식품 원료로써 분질미로도 불린다.
무엇보다 물에 불리지 않고 밀가루처럼 건식 제분이 가능해 빵·면·과자류 등을 가공하기에 유리하다.
이런 이점 때문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2027년까지 연간 약 200만t에 달하는 밀가루 수요의 10%를 가루쌀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생산 면적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가루쌀 생산 기반 확대 구축을 위해선 무엇보다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을 통해 ‘생산과 소비의 균형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aT는 ‘가루쌀 가공식품’의 안정적인 소비층으로 MZ세대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물건이나 서비스만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는 ‘가치소비’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이점에 주목한 aT는 최근 MZ를 겨냥해 비건(완전 채식주의)·친환경 식료품 판매점으로 유명한 서울 이태원 노노샾에서 오는 31일까지 ‘가루쌀 팝업스토어’(소비자 소통 강화 매장)를 운영한다.
이곳에선 가루쌀로 만든 베이커리, 식물성 쌀음료, 스낵, 음료베이스, 부침가루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노노샵은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이 운영하는 매장으로 가치소비를 선호하는 MZ세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줄리안은 “가루쌀은 비건 식품을 찾거나 밀가루 소화 장애나 알러지가 있는 소비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고, 농가 상생과 식량자급률 제고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높일 수 있어서 M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소비’ 방향과 딱 들어맞는 식품 원료”라며 가능성을 높게 봤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도 최근 한 언론 기고를 통해 ‘가루쌀 가공식품’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점쳤다.
지역사회 참여를 우선시하는 경제 선순환 시스템을 일컫는 합성어 ‘로코노미’(local+economy), 할머니+밀레니얼의 합성어인 ‘할매니얼’, ‘비건’, ‘가치소비’ 흐름 등에 맞춰 다양한 식·음료 가공에 활용할 수 있어서다.
이중 할매니얼을 대표하는 가공식품은 요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약과, 밤양갱을 꼽을 수 있다. 모두 가루쌀을 원료로 만들 수 있는 디저트류이다.
이처럼 가루쌀을 활용한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해선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농식품부도 지난해부터 ‘가루쌀 제품화 지원사업’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루쌀 산업화 촉진을 위해선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필수적이어서다.
농식품부가 지원한 첫해 사업부터 하림, 삼양식품, 해태제과, SPC삼립 등 국내를 대표하는 식품업체를 포함해 총 10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들 기업은 라면, 식빵, 약과, 스낵, 디저트 등 42개 제품을 개발해 가루쌀의 활용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지역 베이커리를 대상으로도 지난해부터 신메뉴 개발을 지원함으로써 가루쌀은 머지않아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식품 원료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원에 힘입어 가루쌀빵은 현재 전국 32개 지역 베이커리 매장에서 만들어 판매하고 있고 매년 제품화 지원사업 공모를 통해 참여 베이커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가루쌀 최다 생산지인 전남에는 가루쌀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지역 베이커리는 한 군데도 없다. 현재 광주에만 3곳이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돼 전남의 ‘가루쌀 로코노미’ 기반 균형 구축을 위해선 생산에만 치중하지 않고 소비 구조 확대 방안 마련에 지자체를 비롯해 산하 식품 연구기관 등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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