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상반기 매출 43조 7664억 원, 영업비용 41조 2168억 원으로, 2조 549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이중 연료비나 전력 구입비 감소 등에 따른 비용 감소가 8조 4497억 원(-17.0%)을 차지했다.
영업익 흑자는 고무적이지만, 이 같은 실적 구조는 국제 연료비 가격 상승 여하에 따라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지금의 천문학적인 한전 적자 사태를 키운 주범은 생산 원가를 반영하지 못한 요금, 소위 ‘역마진’ 구조였다.
한전의 현재 전기요금 원가 회수율은 60%에 머물고 있다. 이는 100원에 원재료를 들여와 60원대에 팔고 있다는 의미다.
2019년까지 90%를 웃돌던 원가 회수율은 2021년 85.9%로 떨어진 뒤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재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요금에 이런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이에 따라 한전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2020년 132조 원 수준이던 총부채 규모는 2023년 202조 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부채비율도 188%에서 543%로 급증했다. 한전은 그나마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 흑자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납부하기 빠듯한 상황이다. 한전이 한 해 부담하는 이자 비용은 4조~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인플레이션 상황 등 서민경제 악화로 인한 전기요금 체납도 급증하면서 한전의 재정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두 달 이상 밀린 주택·일반용 전기요금 총액은 전년보다 5.3% 증가한 985억 9000만 원이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말 636억 3000만 원보다 54.9% 증가한 규모다.
체납 건수로 보면 지난 1~5월 주택용 전기료 체납건수는 54만 5300건으로, 이미 지난 한해 기록(54만 2500건)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일반용 전기료 체납건수는 8만 5400건으로, 지난 한 해 기록인 9만 2800건에 육박한 상태다.
최근 중동지역 분쟁 확산에 따른 에너지가격 상승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전이 밝힌 ‘연료가격 및 환율 변화 추이’를 보면 지난 1분기 유연탄 가격은 톤당 126.5달러에서 2분기 135.5달러로 7.1% 올랐다. 같은 기간 LNG 도입단가는 MMBtu(100만 열량단위)당 9.3달러에서 11.3달러(21.5%), 환율은 달러당 1329.3원에서 1371.2원(3.1%)으로 각각 뛰었다.
한전 관계자는 “최근 중동 분쟁과 고환율 등에 따른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연료비 및 전력구입비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적정 요금 현실화는 물론, 전력구입비 절감 등 전기요금 원가 감축을 통한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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