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공 여부 5개 부족에 달려
민원 조율할 기구 ‘시에라’ 운영
피랍 직원 구출때 현지인이 앞장
지난달 8일(현지 시간) 대우건설의 나이지리아 델타주 와리시 정유시설 보수 공사 현장. 흰색 헬멧을 쓴 작업반장이 파란색 헬멧을 쓴 근로자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흰색 헬멧을 쓴 직원은 대우건설이 나이지리아 현지에서 채용한 숙련공이고, 파란 헬멧을 쓴 작업자는 와리 출신의 비숙련 부족민이다. 대우건설이 부족 중심 사회인 나이지리아에서 현지화에 성공한 방식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정유시설 보수 공사는 나이지리아 최대 국영 석유회사 NNPC 자회사인 WNPC가 발주한다. 하지만 사업의 성공 여부를 쥐고 있는 건 공사 현장의 토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5개 부족이다. 나이지리아는 2010년부터 ‘나이지리아 콘텐츠(NC)’ 정책을 펼치며 현지 건설 공사를 수행하기 위해선 외국인 1명당 현지 인력 2명을 근로자로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일종의 자국민 보호법이다. 이창열 대우건설 와리 현장 공무팀장은 “공사 현장 인근 부족민의 고용을 최우선으로 해야 해 지역의 실권을 쥐고 있는 부족장과의 협의가 필수”라고 했다.
대우건설은 5개 부족들과 일일이 협상을 벌이며 근로 계약을 맺었다. 대우건설은 부족 지도층이 요구하는 인력을 채용하고 전력 시설, 우물, 공공 건물을 건설하는 등 요구 조건을 수용해 착공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문제는 부족민들이 추천하는 인력의 대다수가 공사 현장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대우건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46년간 나이지리아 사업을 통해 구축한 현지 숙련 인력풀 1500∼2000명을 활용했다. 이들에게 작업반장의 책임을 부여하고 작업반장 1명당 비숙련 인력을 10∼15명 배정한다. 작업반장은 비숙련 근로자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작업을 지시한다.
대우건설은 부족 사회의 민원과 회사 측 요구를 조율하는 소통 기구인 ‘시에라’를 운영하고 있다. 시에라의 전문가 인력들은 지난해 나이지리아에서 회사 직원이 피랍됐을 때 구출 작전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당시 피랍 직원 구출에 나섰던 우스만 아부바카르 씨는 “대우건설은 40여 년 동안 현지 부족 사회의 요구 조건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있다”며 “나이지리아 안착 배경은 바로 현지 부족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에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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